[잠깐 읽기] 18세기 방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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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의 방 / 민은경 외

18세기는 건축, 실내공간과 인테리어에서 괄목한 발전이 이뤄진 시기다. 개인 공간과 새로운 종류의 방이 생겨났고, 새로운 가구와 물건이 인기를 끌었다.

18세기 유럽의 방은 온갖 이질적이고 이국적인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거기에는 중국풍 가구와 인도산 면직물, 오스만 제국의 카펫이 놓였다. 당시 영국에서는 지구 각지에서 가져온 희귀한 열대식물을 전시하고자 온실을 지었다. 방안으로 자연이 포섭되면서 꽃은 가장 럭셔리한 장식이 됐고, 정원은 내면세계를 표상하는 공간이 됐다.

18세기 소설가 에지워스의 대표작 ‘벨린다’의 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런던 사교계의 여왕인 레이디 들라쿠르가 경쟁자의 파티에서 자기 파티로 손님들을 빼앗아오기 위해 이국적인 열대식물인 알로에를 방에 전시한다. 결국 엄청난 공을 들여 만찬을 준비한 라이벌은 손님을 모두 빼앗겨 울음을 터뜨린다.

<18세기의 방>은 가장 은밀한 공간인 방에 담긴 인류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27명이 ‘방’을 키워드로 18세기 방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를 탐색했다. 저자들은 18세기 동서양에 나타난 주택구조, 인테리어 등의 변화를 추적하고 사생활을 구성하는 방의 의미를 풀어냈다. 민은경 외 지음/문학동네/440쪽/2만 5000원.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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