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27)마돈나 ‘Ray of Light’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번 주 라디오 프로그램 선곡을 하면서 1998년 7월 두 번째 주 빌보드 차트를 살펴보게 되었는데요. 상당히 인상적인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마돈나(Madonna)의 ‘Ray of Light’가 단숨에 5위로 차트 안에 진입한 것입니다. 마돈나 같은 최고의 팝스타 곡이 단숨에 차트에 진입하는 것이 아주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놀라운 일도 아닐 텐데요. 하지만 ‘‘레이 오브 라이트’가 이때 등장했던 곡이라고?’ 순간 의문이 들며 해당 앨범을 다시 들어 보게 되었죠. 당시 다 들어 보지는 못했지만 앨범 ‘레이 오브 라이트’가 어떤 스타일의 음악이었는지 그 느낌은 분명히 기억에 존재했거든요.

당시 5위였던 마돈나의 음악을 제외하면 1위는 브랜디&모니카(Brandy&Monica)의 ‘The Boy is Mine’, 3위는 넥스트(Next)의 ‘Too Close’ 그리고 4위는 어셔(Usher)의 ‘My Way’ 등 대부분이 리듬 앤드 블루스 음악이었습니다. 이때 리듬 앤드 블루스는 이전과 다른 세대의 음악으로 진화하며 오랫동안 열풍을 이끌고 있었지요. 마돈나의 ‘레이 오브 라이트’는 정말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처럼 다른 차트 음악들과 결이 달라도 너무나 다른 음악이었습니다.

테크노와 엠비언트 드럼 앤드 베이스를 비롯한 여러 일렉트로닉 장르가 섞이며, 마돈나의 차분한 목소리가 마치 주문을 외우듯 그리고 시를 읽어 가듯 녹아 있었지요. 대형 팝 스타의 음악이지만 유행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하고, 사람들이 그 시대에 선호하는 장르가 있기 마련인데 이 음악은 그런 것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 세상에 선을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이 앨범을 다시 찾아 들어 보고 싶더군요. 앨범의 음악을 다 들어 보고 ‘세상에! 이 앨범의 진가를 왜 그때 나는 몰랐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앨범을 단연코 마돈나의 앨범 중 가장 최고의 앨범으로 손꼽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취향을 너무 단호하게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마돈나의 앨범 중에서도 단연코 독보적입니다. 당시 가장 유명했던 팝 작곡가 베이비 페이스와 새 음반 작업을 이어 가던 마돈나는 영국의 일렉트로닉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 윌리엄 오빗과 만나며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합니다. 마돈나에게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당시 베이비 페이스란 음악가의 존재는 대단했지요. 그의 곡을 받기만 하면 최고의 히트곡이 되는 시대였고, 지금까지 손꼽히는 몇 안 되는 팝 음악의 히트 메이커임에도 불구하고 마돈나는 안정된 노선을 과감하게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레이 오브 라이트’의 공연 영상을 찾아보면 이 시절 마돈나는 항상 밴드와 함께 라이브를 합니다. 춤을 추거나 기획된 안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기타를 치기도 하고요. 그리고 말끔한 정장을 입고 무대에 오르지요. 오랜 관록의 어떤 밴드보다 훨씬 큰 에너지와 멋이 있습니다. 마치 지금 시대의 일렉트로닉이나 얼터너티브 밴드의 미래가 그때 이미 존재했다는 듯 말이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