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해신공항 밀어붙이는 국토부, 언제까지 무리수 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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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의 안전성 여부와 관련해 2차 시뮬레이션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 안전 분과 위원들과 국토부 관계자가 2차 시뮬레이션 시행 여부와 방법을 논의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하니, 놀랍고도 황당할 따름이다. 김해신공항의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이미 앞선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이 큰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그런데도 국토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시 실험할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이니, 그 의도가 불순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까지 부정하는 국토부의 억지가 개탄스럽다.

안전하지 않다는 실험 결과 부정하며
불필요한 재실험 요구하는 억지 부려

올해 4월 20일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김포공항 화물터미널게이트에 있는 항공시뮬레이터 업체에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검증위 안전 분과 검증위원 5명, 총리실 관계자 등이 참석해 시뮬레이션 진행 과정을 지켜봤다. 그렇다면 해당 시뮬레이션의 객관성에 문제를 제기할 소지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비행기가 김해신공항에 착륙하려다 실패한 뒤 재이륙하는 비상 상황에서 금정산과 충돌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는 적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5월 27일 같은 내용의 모의실험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검증위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어찌 된 셈인지 국토부의 모의실험에서는 김해신공항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검증위가 시뮬레이션을 맡겼던 곳과 같은 업체에서 실험했다는데도 결과는 정반대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모의실험 결과만 검증위에 알려 줬을 뿐, 당시 실험 과정에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입력돼 그 같은 결과가 나왔는지는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시 모의실험이 객관적 정보에 바탕해 진행됐다기보다 국토부의 의도가 우선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겠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건 그 때문이다.

동남권 관문공항은 부산·울산·경남 등 비수도권 지역민의 숙원이다. 그와 관련해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적정한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돼 있고, 조만간 그에 대한 판가름이 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증위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김해신공항이 적정치 않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결정적 자료가 될 수 있다. 국토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재차 실험을 요구하는 것은 동남권 관문공항과 관련해 그동안 견지해 왔던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안전하지 않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는데도 굳이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려는 국토부의 무리한 시도가 측은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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