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 원가 절감에 친환경 기업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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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경제성’이 강조되며 ‘친환경’을 강조하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힌 친환경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주)부영산업은 친환경 방청도료(철이 녹스는 것을 방지하는 도료), 친환경 바니쉬 등을 개발, 생산해 업계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지역 기업이다. 2017년 미국 그린실을 획득할 정도로 기술력도 좋다. 미국 그린실 마크는 미국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을 정도의 품질이라는 뜻이다. 특히 부영산업은 톨루엔과 같은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작업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국내 대형 철강 회사들이 다른 대기업 제품을 제쳐두고 부영산업을 택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참고로 친환경 바니쉬를 만든 것은 부영산업이 최초다.

경제성 강조 친환경 제품 외면
부영산업 등 거래처 대거 끊겨
내년도 이슈서도 후순위 밀려
“판로 개척 지원책 필요성” 대두

하지만 최근 부영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철강 산업이 위축된 것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기존 거래업체들이 단가를 낮춰야 한다며 친환경 제품을 외면하기 시작한 것. 코로나19 대책으로 내려오는 지침들이 대부분 원가 절감이 되다 보니 가장 먼저 손을 대는 것이 친환경 관련 제품이었던 셈이다.

부영산업 관계자는 “제품의 품질도 품질이지만 작업자들이 유해한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제품인데 단순히 경제적인 논리로만 평가받고 거래처가 끊기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는 부영산업의 문제 만이 아니다. 난연 락카를 생산하는 A 업체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A 업체에서 생산하는 락카는 불이 잘 번지지 않는 데다 화재 상황에서 유독 가스도 발생하지 않는다.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인 셈. 하지만 부영산업과 같은 이유로 시장에서 오히려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A 업체 관계자는 “결국 기술 개발의 방향이 친환경으로 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코로나19로 경제 논리만 대두되며 오히려 친환경의 논리가 설 자리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산업 전반의분위기이기도 하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부산지역 과학기술, 산업, 연구개발, 인구, 일자리, 환경 등 주요 7개 분야에 대한 2021년도 예측 이슈’에서도 친환경, 신재생이라는 단어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 자료는 포털 주요 키워드 분석, 전문가 분석, 언론 뉴스 분석 등을 통해 만들어진 자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기술은 결국 미래의 성장 동력이고 먹거리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공기관 차원에서라도 친환경 기업들이 코로나19 시대를 버틸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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