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물려받은 빚더미에 짓눌린 영희 씨
올해 스물한 살 영희(가명) 씨는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를 생각하면, 아팠던 모습만 떠오릅니다. 그마저도 마음껏 함께 살아 보지 못했습니다. 앓고 있던 정신질환을 숨기고 아버지와 대학교 캠퍼스 커플로 만나 결혼했던 엄마는 영희 씨가 다섯 살이 되든 해 아버지와 이혼했습니다. 이혼 후 아버지는 엄마와 다시 만나게 돼 여동생 영미(가명)와 영선(가명)이 태어났지만, 엄마의 질환은 갈수록 악화됐습니다. 결국 다시는 함께 살 수 없었습니다.
비록 엄마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못했지만, 아버지는 세 자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아버지가 있었기에 영희 씨는 애완동물 직업학교에서 공부하면서 꿈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위암 앓던 아버지 죽음 뒤
세 자매만 덩그러니 남겨져
이자 갚기도 빠듯한 생계
그러나 영희 씨는 꿈을 위해 계속 걸어갈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봄 언제나 든든했던 아버지가 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너무 늦게 병을 알게 된 아버지는 수술도 해 보지 못하고 그해 자매들 곁을 떠났습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현실은 너무 가혹했습니다. 아버지는 빌라 한 채를 남겼지만, 그에 상당하는 빚도 영희 씨 앞으로 남았습니다. 부동산 여러 곳에 집을 팔려고 내놓았지만 한두 번 오던 연락도 감감무소식이 된 지 오랩니다.
정부의 생계비를 받는 것으로 이자 100만 원을 내고 아버지가 남긴 조의금으로 자매의 생활을 근근이 유지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몇 개월을 버틸 수 있을지 조마조마합니다.
복지관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동물병원 등에 구직하고 있지만, 어려운 경기에 선뜻 문을 여는 곳을 찾기 힘듭니다. 이자율이라도 낮은 부채로 바꿀 수 있을까 싶어 혹시 하는 마음으로 서민금융진흥원에 문의해 봐도 속 시원한 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영희 씨는 좋은 일자리를 찾아 세 자매가 마음 편히 살고 싶다는 바람 하나로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그저 행복해지고 싶고, 작은 꿈을 이루고 싶은 영희 씨. 그러나 그녀 앞에 버티고 있는 빚과 그녀 뒤에 서 있는 두 동생을 생각하면 영희 씨는 사회초년생의 문턱에서 자꾸만 주저앉고 싶습니다. 세상 앞에 홀로 남은 세 자매가 안정된 보금자리에서 삶의 끈을 꼭 쥐고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