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마지막 카톡 ‘엄마, 그사람들 죄 밝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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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고 있는 최숙현 씨 유족. 연합뉴스

“혼자서 얼마나 답답하고 무서웠을까요….”

전 소속팀 지도자와 동료들의 폭언·폭행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고 최숙현(22)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는 아직도 딸의 죽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딸을 힘들게 한 사람들이 죗값을 받게 하려 열심히 싸우는 중에, 너무나도 허무하게 딸이 세상을 떠났다. 최 선수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카톡으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을 텐데, 딸의 마지막 인사는 간략했다. “엄마 사랑해. 그사람들 죄를 밝혀줘.” 22세, 젊고 꿈많을 나이에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 주기 위해 부모는 딸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딸 억울함 풀어주려 세상에 알려


가족들은 최 선수가 부산으로 팀을 옮긴 뒤, 괴롭히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도움을 구하기 위해 찾은 수사기관과 감독기관은 최 선수의 편이 아니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그날도 그랬다. 아버지 최 씨는 “그날 스포츠인권센터로부터 전화를 받았나 봐요. 가해자들이 폭행이나 폭언이 없었다고 부인하는 상황이라고요. 그 말을 듣고 애가 지친 것 같아요.”

딸의 장례를 치르고 경북 칠곡군 자택으로 돌아온 가족들은 딸의 억울한 죽음을 언론에 알렸다. 최 씨는 “딸의 억울한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이용 국회의원부터 응원을 보내 주는 사람이 많다. 딸의 마지막 부탁대로 죄를 밝혀내겠다”며 슬픔을 삼켰다.

최 선수와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 때부터 인연을 맺은 부산시 체육회 박찬호 감독도 최 선수를 생각하면 울분이 차오른다. 잘 지도하기 위해 최 선수를 스카우트해 온 만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 박 감독은 최 선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일을 계기로 체육계가 각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체육계에 만연해 있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 감독은 “훈련 자체가 선수들의 신체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회복 중에도 쉬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힘들었을 숙현이를 생각하면 안쓰러울 따름이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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