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로 수당 떼먹은 부산항보안공사 ‘13억 원 체불임금 징수’ 폭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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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만공사(BPA) 자회사로 항만 경비를 담당하는 부산항보안공사가 ‘13억 원에 이르는 체불 임금 폭탄’을 맞았다. 취업규칙 변경 절차에 하자가 있어 전·현직 직원 112명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대법원은 최근 부산항보안공사 전·현직 직원 112명이 제기한 임금 미지급 변제 소송을 기각했다. 항소심이었던 부산고등법원 판결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미지급 임금에 대해 법원이 근로자 112명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공사는 지난 1일 기준 12억 6299만원 상당을 112명에게 지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근로자 1인당 최대 2000만 원까지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청 감단직 인가 취소 불구
포괄임금 적용, 기존 수당 없애
대법원 “규칙 변경 위법” 판결

소송은 2013년 공사가 변경한 취업규칙에서 시작됐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2012년 11월 21일 공사 직원인 청원경찰에 대해 감시·단속(이하 감단직) 근로자 인가를 취소했다. 항만 경비 업무를 하는 청원경찰은 근로시간 내내 고도의 정신적 긴장이 요구되는 단순 감시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감단직 인가 취소로 공사 측은 근로기준법상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 등을 지급할 의무가 생겼다. 하지만 공사 측은 이듬해인 2013년부터 회사 취업규칙을 바꿔 ‘포괄임금제 적용’이라는 명목으로 근속수당·중식보조비 등 기존 각종 수당을 삭제하고 연장·휴일 수당만 지급했다. 따라서 청원경찰 임금 총액은 바뀐 취업규칙에 따라 감단직 인가 취소에도 전혀 오르지 않았다. 근로자들은 취업규칙 변경 과정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소송이 시작됐고 1심은 취업규칙 변경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에서 뒤집혔다.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집단회의 형식을 거쳐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공사는 직원과 일대일 서명을 받는 방식 등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적법 절차를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당시 변경된 취업규칙으로 임금을 수령하게 되는 전·현직 직원은 280명에 이른다. 이들 모두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경우 소요 예산은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 노조 관계자는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노조원들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피해를 입었으므로 사측에 미지급 임금 지급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추가 임금 부담이 생기면서 보안공사는 경영 위기에 놓이게 됐다. 보안공사 한 해 예산이 333억 원가량인데 직원 456명 인건비가 예산의 80%다. BPA 자회사로 운영 예산을 BPA와 터미널 운영사에서 받는데, 추가 예산을 청구하기도 어렵다. 잘못된 취업규칙 변경에서 시작된 체불임금 사태로 공사 존립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공사 측은 지급을 미룰수록 이자가 가산되는 만큼 이달 중 112명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불할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법원 판결에 따른 지급액 정산을 회계법인에 요청했다”며 “제한된 올해 예산 범위에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고 내후년까지 긴축재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들에 대한 대책은 법률 검토 등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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