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선 선원 전체 자가격리 즉각 철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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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열린 ‘부산항 방역관리 강화 대책 회의’에서 선원노련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선원노련 제공

전자 검역의 허점을 뚫은 부산 감천항 러시아 선원 코로나19 확진 사건의 대책으로, 정부가 국내 항만에서 내리는 선원 전체에게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선원노련 등 관련 단체가 문제의 근원을 잘못 짚은 대책으로 엉뚱한 국내 선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지난 3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과 국립부산검역소가 각각 개최한 코로나19 부산항 검역 강화 대책 회의에 참석해 ‘하선자 전원 14일 격리 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감천항 외국 선박 검역 허점 노출 정부, 하선자 2주 자가격리 추진
선원노련 “애꿎은 국내 선원 피해”
KMI “선원 교대 줄어 피로 증가”

선원노련 측은 “지금까지 우리 선원들은 철저하게 코로나19 예방 활동에 나서 확진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는데, 해외에서 들어온 외국 선박이 전자 검역 수칙을 어긴 것을 두고 전체 선원에 대한 자가격리 2주 의무화를 강제한다면 국내 선원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게 된다”고 밝혔다. 선원들이 배에서 내리는 순간 휴가로 간주되는데, 2주간 격리에 들어간다면 이 기간은 휴가가 아니라 업무 연장으로 봐야 하고, 급여도 당연히 지급해야 한다고 선원노련은 덧붙였다.

하루 전 발표한 성명에서도 선원노련은 “방역 구멍은 해외 선박의 거짓 신고로 뚫렸는데, 가장 엄격한 조치를 애꿎은 선원 모두에게 확대하려고 한다”며 “선원들의 일터이자 숙소인 선박은 그 자체가 격리공간이어서 감염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승선자 전체로 확산되지만, 감염자가 없다면 선박 전체가 청정구역”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원노련은 “짧게는 몇 주, 길게는 1년 가까이, 심지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예정된 승무기간을 넘어 해사노동협약이 정한 12개월을 초과해 근무하는 선원들에게 하선 후 또 2주 격리를 한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번 주 해양수산부 장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정세균 총리 면담을 통해 정부 대책의 부당함을 알리겠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최근 발간한 동향분석보고서에서도 올 1~4월 선원교대 인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월 427명이던 교대 선원은 2월 333명, 3월 237명, 4월 139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검역절차 준수를 조건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선원 교대를 허용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과 미주 등 많은 국가는 아직도 선원 하선과 교대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편도 크게 줄어 선원 교대가 허용되더라도 마땅한 항공편을 잡지 못해 선원교대에 시간과 비용이 더 늘어나는 문제도 있다.

선원 교대가 어려워지면서 승선 선원들의 업무 피로도가 높아져 해상 사고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고, 전반적인 승선 장기화는 신규 승선 기피 현상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크다고 KMI는 지적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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