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단결시키는 힘… 지역 역사에서 찾아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강석환 부산초량왜관연구회 회장

“10주년을 맞아 감개무량합니다. 부산 지역사의 넓이와 깊이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체험한 세월이었습니다.”

올해 창립 10년을 맞이한 부산초량왜관연구회 강석환(61) 회장은 “우리 연구회는 그간 초량왜관에 대한 2가지 대중적 오해를 지워왔다”고 했다. 첫째 오해는 초량왜관을 왜구들이 부산에 와서 점령한 땅으로 잘못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초량‘왜관’이란 명칭 때문에 연구회를 ‘왜색단체’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둘째는 여전히 초량왜관이 중구(용두산공원 일대)가 아니라 동구 초량에 있었던 것으로 잘못 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오해가 줄어든 것은 창립 5년쯤 시점이었다고. 그만큼 대중 저변의 인식 변화는 시간을 요하는 거다. “초량왜관은 노략질을 일삼던 왜구를 ‘이 안에 들어와서 놀아라’며 순치시킨 조선의 능동적인 교류 공간이었잖아요.”

창립 10년간 세미나 60여 회 개최
'부산 역사문화도시 투어' 개설도
"왜관전시관 지어 콘텐츠 활용해야"

부산초량왜관연구회가 지향하는 것은 ‘지역성’이다. 지역사는 역사에서 지역분권을 추구하는 것과 같다. 서울 중심이 아니라 여기 부산, 즉 지역성을 역사로 추구하는 것이다. “부산 토박이는 전체 인구의 30%나 될까요. 타지 출신이 70% 이상인 부산을 결속하는 힘은 지역사에 있습니다. 역사는 문화와 정신으로 통해요. 그런 의미에서 김의환 최해군 오건환 김영호 김재승 주경업 주영택 선생들께서 앞서서 대중적으로 일깨운 부산 역사·문화·정신은 대단한 겁니다.”

부산은 어떤 곳인가. 구석기·신석기 시대부터 일본 열도, 특히 규슈 지방과 밀접하게 교류한 곳이었다. 가야사는 일본 고대를 만든, 긴밀히 연결된 역사다. 조선시대 200여 년 존속한 초량왜관도 그런 역사적 맥락 속에 있다. 강 회장은 “우리 연구회는 한·일의 딱딱한 경계를 넘나들기를 희망한다”며 “이는 초량왜관을 매개로 동래부와 대마번이 맺은 성신(誠信) 관계의 회복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래서 5~6년 전부터 매년 대마도와 나가사키 데지마(초량왜관 같은 네덜란드 상관이 있었던 곳)를 방문해 해당 시의 시장을 만난다. 심지어 여말선초에 왜구 소굴로 유명했던 히라도시(平戶市)도 다녀왔다. 부산에 한·일 관계사의 명암을 두루 통찰하는 시민 연구회가 있다는 것을 일본에 알리는 것이다.

강 회장은 “연구회는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곳만은 아니다”라며 “놀면서 공부하고, 공부하면서 노는 대중적인 모임”이라고 했다. 그러나 할 건 한다. 10년간 학술세미나를 60차례 했다. 100여 명의 진성 회원들이 ‘심화 학습모임’ ‘부산시사 학습모임’ ‘외국어 공부모임’ 등 소모임을 꾸리고 있다. 중구청 지원으로 연구회 정기간행물 ‘새띠벌의 메아리’를 15호까지 냈다. 지난해부터 부산시 지원으로 18세기 ‘동래부사접왜사도(東萊府使接倭使圖)’ 길을 따라 ‘부산 역사문화도시 투어’를 하고 있다. 올해도 6~11월 매월 둘째 토요일에 투어를 무료로 하고 있다.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한다(010-9329-0964).

부산초량왜관연구회의 숙원 중 하나는 용두산공원 내부나 근처에 일본 데지마 전시관처럼 ‘초량왜관전시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이제는 초량왜관의 역사 콘텐츠를 적극 활용할 때가 되었습니다. 부산이 당연히 그것을 해야 합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