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로 수소선박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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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충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태평양에 ‘GPGP’라는 묘한 이름의 섬이 있다. 한반도보다 7배(160만㎢)나 더 크지만 지도에 표기조차 없다. 전 세계에서 배출된 플라스틱이 조류를 따라 떠돌다 이곳에 모이면서 형성된, 거대한 쓰레기 섬이다. GPGP란 이름도 ‘그레이트 퍼시픽 가비지 패치(Great Pacific Garbage Patch)’의 약자다. 태국 앞바다에서도 최근 길이 1km 규모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발견됐다. 우리나라 연안과 강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심각하다. 유엔은 인류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난제 중 하나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꼽았고 전면적 사용 중단을 논의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는 각국 정부의 몫이지만 아쉽게도 공동 대응에는 아직 미숙한 듯하다. 대신 글로벌 비정부단체들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중 가장 선제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가 ‘더오션클린업’이다.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은 기금으로 U자형의 거대한 수거장치를 개발해 수년 전부터 바다와 강의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고 있다. 일명 ‘스위퍼’로 불리는 수거장치는 두 척의 배가 쌍끌이 어선처럼 튜브 양쪽을 잡아 끌면서 움직이는 시스템인데, 바람과 파도로 동력을 얻기 때문에 해양 오염 우려가 없다고 한다.


수소선박 개발로 세계 조선 선도
인류 공통 난제인 해양 쓰레기 섬
부산물 냉열로 효율적 해결도 가능
성공 땐 엑스포 홍보대사로 효과

더오션클린업의 대표는 1994년생 네덜란드 청년인 보얀 슬랫. 16세 때 그리스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다가 수중에서 플라스틱 잔해물을 보고 충격을 받은 뒤 해양 플라스틱 수거운동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더오션클린업의 작업은 생각보다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플라스틱 부피 때문에 먼바다에서 육지까지 옮기는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공학자가 이에 대해 기술적 해결책을 제안해 눈길을 끈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이제명 교수가 그 주인공. 친환경 선박연료인 LNG로 수소 연료전지를 만들면 냉열이 나온다. 그 냉열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극저온 동결시켜 파쇄하면 부피를 극소화할 수 있다. 파쇄된 플라스틱은 분말형태로 선내 창고에 압축 저장한 뒤 나중에 육지로 돌아와 재활용하거나 소각하면 된다.

이 아이디어의 요체가 수소선박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친환경 에너지는 세상을 바꿀 핵심 키워드다. 이미 많은 석학들이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과 수소사회 도래를 동시에 예견하고 있다. 수소자동차에 이어 수소열차, 수소주택, 심지어 대용량의 연료전지 개발에 힘입어 수소선박도 대양을 누빌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외에선 실증선(시범선)을 넘어 실용화와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소사회로 진입하려는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하다. 울산과 창원은 각각 수소자동차 도시와 수소생산기지를 지향했고 강원도는 액화수소 거점도시를 표방했다. 전북도 수소특화단지 지정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많은 도시가 수소사회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셈이다. 부산은 수년 전부터 조선 관련 연구 인프라를 토대로 수소선박 거점도시를 추진해 왔다. 우암부두의 수소연료선박 R&D 플랫폼 구축사업도 그런 노력의 결실이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실질적 지원에서는 부산시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수소선박 실증선 제작계획도 최근에야 발표했다.

시작은 다른 도시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속도를 내면 기술 선도가 가능하다. 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해양포럼도 올해로 3년째 수소선박을 주제로 부산의 수소선박 도시화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이참에 실증선에 이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를 위한 다목적 수소선박 건조까지 이어 가면 좋겠다. 특히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와 재활용은 인류 공통의 현안이란 점에서 유엔 지향점과도 일치한다. 그것은 2030월드엑스포의 부산 유치 홍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최재철 의장도 “기후와 자연 변화를 극복하고 미래 세대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주제 개발이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태평양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에 수소선박 기술이 역할을 한다면 대한민국은 코로나19에 이어 또 한 번 세계를 선도하는 계기가 된다. 그 중심에 부산이 설 수 있는 기회다. 부산시민 이름으로 전 세계 기업을 상대로 클라우드 펀딩을 이끌어 수소선박 건조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도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선언했다.

생각이 서로 연결되면 공감이 일어나고 실천도 뒤따를 수 있다. 부산이 주도해 건조한 수소선박이 2030부산월드엑스포 홍보대사로 대양을 누비며 인류 공통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상상에 그칠 일만은 아니다.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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