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감염 확산 일로, 휴가철 부산 방역망 뚫리는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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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하던 코로나19가 서서히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발생 빈도가 다시 세 자릿수로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동안 청정지역으로 알려져 있던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 발생 수와 속도가 나날이 악화 중이다. 또 전국 신규 확진자가 61명 늘어 3개월 만에 사흘 연속 60명대 기록을 세웠다. 역학(疫學)적으로 볼 때 감염병은 확산세가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어느 변곡점에 이르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난 2~3월의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 교회의 악몽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코로나19 발생 빈도 갈수록 심각해
시민 주체 방역으로 기세 꺾어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현재 전파속도가 그동안의 유행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긴장도를 높였다. 이는 코로나19 돌연변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전자 염기 서열을 분석한 결과, 약 30%가 돌연변이 징후를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유형은 전파력이 기존보다 6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방역 당국 역시 최근 확보한 바이러스 검체 검사 결과를 이번 주중 발표할 계획이다. 만약 변종이 대거 발견될 경우 방역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현재 세계에서 치열하게 백신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중국 우한에서 확산한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회 분위기는 갈수록 느슨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주부터 제한적 방식으로 경기 직접 관람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날씨가 더워지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식당에서는 아예 거리 두기가 이뤄지지 않아 방역 당국은 물론 당사자마저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특히 휴가철을 앞둔 부산 피서지 풍경은 역병 창궐이란 폭풍 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일에는 미국독립기념일을 맞아 휴가 나온 미군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해운대해수욕장 등에서 폭죽을 쏘아대며 돌아다녀 시민들을 불안케 했다. 감염병 준칙도 지키지 않고 막무가내인 이들에게 구청에서 마스크를 나눠주는 일까지 벌어졌다.

해운대해수욕장 개장 첫 주말부터 이 지경이니 앞으로 일이 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대로 두면 지금 수도권과 대전, 광주 위주로 퍼진 코로나19가 부산 방역망을 뚫는 건 시간 문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게 됐다. 전후 사정을 살피건대 이제 방역 당국의 힘만으로 감염병을 막기 어려워 보인다. 방역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가 교활하고 교묘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올해 초 ‘K-방역’의 주역이 당국이었다면, 이제는 국민과 시민이 주체로 나서야 한다. 그 결판이 날 시기와 장소가 바로 휴가철 부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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