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국 치닫는 법무부-대검 갈등, 문 대통령이 나서 정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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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대검이 치고받는 모습이 점입가경이요 목불인견이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윤 총장은 이를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통해 치받는 모양새를 취했다. 추 장관의 지휘를 고분고분 따를 뜻이 없음을 보인 것이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 사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윤 총장이 소집한 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은 수사 결과만 보고받고 따로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검사장 회의에서는 특히 후자의 지휘에 반발하는 기류가 강했다고 한다.

검사장 회의 이후 양측 갈등 더 고조
임면권자의 강단 있는 조치 꼭 필요

추 장관의 후자의 지휘 사항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현 검찰청법 제12조에는 검찰총장이 검찰 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다. 추 장관의 지휘는 검찰총장의 그런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 또 만일 추 장관의 지휘 사항을 윤 총장이 수용하게 될 경우 향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수사에 별다른 제한 없이 사사건건 개입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검사장들의 반발은 일정 부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연루 의혹이 있다는 점에서 온전히 수긍할 수만은 없다.

여하튼 양측의 갈등은 봉합은커녕 오히려 더 고조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양상이다. 윤 총장이 오늘 검사장 회의 결과를 취합한 내용을 보고받고 입장을 발표한다는 소식이지만 추 장관의 지휘를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는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당시 상부의 외압이 부당하다며 맞섰던 전례가 있다. 추 장관은 추 장관대로 윤 총장을 계속 압박하며 여차하면 감찰 등 징계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추 장관은 이미 지난 3일 류혁 변호사를 신임 법무부 감찰관으로 임명했다. 앞으로 추 장관과 윤 총장, 법무부와 대검 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태다.

우리나라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두 기관이 이처럼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처럼 마주 달리며 충돌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국민에게 불행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물러설 기미가 없는 현 상태로라면 파국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방법은 두 수장의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결단이다. 법무부와 대검 사이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이 없다.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법무부와 검찰의 협력과 개혁을 당부한 게 전부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태가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강단 있게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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