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놓고 치킨게임 벌이는 추미애-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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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에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초 종편 방송기자 A 씨가 한동훈 전 부산고법 차장검사와 공모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리를 제보하라’고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검언유착’ 사건의 골자다.

최측근 검사장의 연루 의혹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 적법성을 따지는 수사자문단을 소집해 이미 법무부와 한 차례 충돌했다. 이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하고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독립성 보장하라며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15년 만에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내린 지휘였다.

추 장관 ‘수사자문단 중단’ 지휘
윤 총장 고검·지검장 소집 응수
반반씩 양보할 경우 갈등 봉합
자기 주장 100% 관철 땐 파국

■尹, 전국 검사장 불러 신임 확인

이 수사지휘권을 놓고 윤 총장이 다시 ‘어깃장’을 놓았다. 윤 총장은 지난 3일 전국의 고검장과 지검장을 불러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9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수용할지 의견을 물은 것. 일단 전국의 고검장과 지검장을 한데 불러 모으면서 윤 총장의 전략은 절반은 성공을 거둔 모양새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갈등에 일선 검사들을 지휘하는 검사장까지 참여시켜 대립 구도를 확산시켰다.

게다가 이 자리에서는 장관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조치하라고 지휘를 내리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의 거취 문제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다수 검사장이 총장 사퇴를 반대한다는 뜻도 밝혔다. 윤 총장으로서는 사실상 검찰 내부의 신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검사장 다수가 수사자문단 심의 중단을 요구하는 장관의 지휘는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검사장 회의 결과를 보고하기로 한 6일 이후 윤 총장이 내놓을 반응과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검찰청법에 근거해 장관의 수사지휘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총장이 검찰 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제12조가 그 근거가 된다.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아닌 법무부 장관이 법에 규정된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건 위법이라는 이야기다.



■秋, 현직 검찰총장 감찰까지 갈까

윤 총장이 반쪽짜리 수용안을 내놓고 추 장관이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식으로 한발씩 뺀다면 갈등은 봉합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윤 총장이 수사 재지휘를 요청해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지 않거나, 추 장관이 자신의 지휘를 100% 수용하지 않는다는 걸 문제 삼을 경우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이미 추 장관은 앞서 아들 서 모 씨가 카투사 복무 당시 휴가가 끝난 뒤에도 복귀하지 않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서울동부지검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하면서 격앙된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양측이 강공 일변도로 나가면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책임을 물어 법무부 감찰 등 징계 절차에 착수할 수도 있다. 과거에도 법무부가 감찰을 거론하며 검찰총장을 압박한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감찰이 이뤄지진 않았다.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혼외자 의혹’이 제기된 채동욱 총장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겠다고 하자 채 총장은 곧바로 사퇴했다.

한편, 추 장관은 3일 윤 총장이 전국 고검장과 지검장을 불러모아 회의를 갖자 자신도 자리를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무부는 오는 10일 일선 검찰청의 감찰 업무 담당 부장검사를 소집해 워크숍을 열기로 했다. 그리고 앞서 4일 추 장관은 일선 검찰청의 검사장들에게도 ‘흔들리지 말고 우리 검찰 조직 모두가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자신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놓고 마라톤 회의를 가진 전국의 검사장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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