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 묶는 보호장비 ‘오후 10시~오전 6시’엔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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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부산구치소 30대 재소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주말·야간 의료 공백 등을 개선할 대책을 내놓았다. 부산구치소 수용동 정문. 부산일보DB

속보=공황장애를 호소한 부산구치소 30대 재소자가 입소 32시간여 만에 숨진 사건(부산일보 5월 21일 자 2면 등 보도)을 계기로 법무부가 정신질환 수감자에 대한 부적절한 보호장비 사용과 주말·야간 의료 공백 등을 개선할 대책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직접 감찰 결과 해당 재소자가 숨질 때까지 업무 처리도 부적절했다고 판단, 부산구치소 직원 등 18명을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부산구치소 재소자 사망’ 사건 관련
법무부, 직원 18명 문책·개선책 발표

보호장비 사용 땐 1시간마다 관찰해야
원격진료 늘려 야간·휴일 의료공백 해소
내달 정신질환 수용자 관리 매뉴얼 제정


■보호장비 사용 제도 개선

법무부는 수감자의 손발 등을 묶는 보호장비를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인 취침 시간에 원칙적으로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소란이나 난동을 부릴 때는 보호장비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다시 수감자가 진정 상태에 접어들면 즉각 착용을 멈춰야만 한다.

보호장비 착용 재소자에 대한 상태 관찰도 강화된다. 앞으로 순찰 근무자는 1시간 간격으로 수감자를 관찰해야 하고, 의료관계 직원은 2시간마다 신체활력 징후 측정·인지 운동능력 검사·음료섭취와 생리활동 확인 등을 실시해야 한다. 보호장비 사용 심사부에 그 이유와 목적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고, 근무자나 의료 관계자 의견 기록도 현행 1일 3회에서 4회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보호장비 사용은 CCTV나 보디캠 등 영상 장비가 있는 상황에서만 가능하고, 영상 자료는 90일 이상 보존해야 한다.

법무부 교정본부 보안과 관계자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했으나 수용하지 않은 부분을 부산구치소 사건을 계기로 현장에서 적용하기로 했다”며 “보호장비를 착용한 재소자 상태도 면밀히 파악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올해 5월 10일 숨진 부산구치소 재소자 A(37) 씨 사건이 알려지면서 과도한 보호장비 사용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A 씨는 사망 전날인 9일 오후 3시 50분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이후까지 14시간 넘게 손발이 보호장비에 묶여 있었고,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주말·야간 의료 공백 개선

정신질환자에 대한 열악한 의료 처우를 개선할 대책도 실시된다. 앞으로 입소 당시 수감자가 정신질환을 주장하거나 그 상태가 의심되면, 가족과 병원에 연락해 의약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수감 중 정신질환 중증이 의심되면 즉시 외부 진료도 가능해진다.

특히 야간이나 휴일 의료 공백도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재소자 건강이 의심되면 영상통화 시스템 등을 통해 재택 의무관이 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또 서울동부구치소 원격의료센터를 확대하고, 원격 당직 의사제도 도입한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올 9월 원격의료센터 의사를 5명에서 11명까지 늘려 3조 2교대로 운영할 계획이다.

A 씨의 경우 입소 당시 공황장애와 불면증 등 정신질환이 있다고 밝혔지만, 주말에 의무관이 없어 진료나 약 처방을 받지 못했다.



■관리 매뉴얼 제정·직원 18명은 징계

법무부는 다음 달 중 ‘정신질환 수용자 관리 매뉴얼’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신과 전문의, 국가인권위원회, 형사정책 연구원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정신질환 수용자 인권증진을 위한 TF팀’이 지난달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장 직원 판단을 돕기 위해 정신질환 수용자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라며 “보건복지부나 외국 자료 등을 참고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A 씨 사망 사건을 직접 감찰한 법무부는 현장 근무자와 감독 책임자 등 부산구치소 직원 18명에게 인사조치 또는 중징계로 책임을 묻는다고 5일 밝혔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현장 근무 직원들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가 반복·중첩되면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A 씨는 벌금 500만 원 미납으로 노역형을 살게 돼 부산구치소에 입소했다가 숨졌다. 이와 관련, 올해 5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노역장 유치 집행 때 사회봉사 대체나 건강 상태에 따른 벌금 분납·연기 조치 등을 적극 활용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우영·김백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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