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위해 마스크 쓴 채 공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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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통공사 공채 시험장

5일 오전 부산 해운대 벡스코 등 부산 전역 25개 고사장에서 부산교통공사 채용 필기시험이 치뤄졌다. 벡스코에서 마스크를 쓴 채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 모습(위 사진). 아래는 수험생들이 고사장 입장에 앞서 발열체크를 하는 모습. 김경현 기자 view@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연기됐던 부산교통공사 신입사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이 5일 치러졌다. 이날 오전 9시께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 1층. 부산교통공사 공채 필기시험에 응시한 2만 8767명 중 1300명이 입실 30분을 앞두고 이곳에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옷차림은 다양했지만 모두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이번 채용 경쟁률은 무려 42.9 대 1.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부산교통공사가 670명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채용을 발표하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시험장 입구에는 전신 방호복을 갖춰 입은 교통공사 직원 4명이 응시생들의 발열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 응시생은 1.5m씩 간격을 두고 줄 서서 체온 측정을 기다렸다. 각 고사장에는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돼, 응시생들의 발열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다.

670명 채용에 2만여 명 응시
‘거리두기’ 고사장 25곳 1226개
입구엔 전신 방호복 직원들
응시생 1.5m 간격 발열 체크
시험 끝날 때까지 마스크 못 벗어
라텍스 장갑끼고 시험지 배포



응시자는 시험 중에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마스크를 낀 채 2시간 동안 시험을 봐야 하는 낯설고 불편한 상황. 하지만 응시자들 모두 시험을 앞두고 차분히 자리에 앉아 각자 가지고 온 참고서를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날 시험을 치른 김 모(28) 씨는 “전례 없는 ‘코로나 시험’에 적응하기 위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마스크를 쓴 채 공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험 일정이 넉 달 가까이 밀려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늘 꼭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입실 시간인 오전 9시 30분이 되자 각 고사장으로 감독관이 들어왔다. 이들은 모두 손에 라텍스 장갑을 낀 상태였다. 부산교통공사가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감독관이 직접 시험지를 배포하고 걷도록 했기 때문이다. 감독관이 직접 손으로 시험지를 만져야 하는 탓에 전염을 막으려 라텍스 장갑까지 동원됐다.

벡스코에서 시험을 감독한 한 감독관은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까지 낀 채 시험 감독을 해 보기는 처음”이라며 “감독관에게도 낯선 상황이지만 응시생들이 시험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정오에 시험이 끝나자 응시생들을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한 줄씩 순서대로 퇴실했다. 한 번에 많은 사람이 몰려 코로나가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시험을 치르고 나온 응시생 최 모(31) 씨는 “많은 사람이 시험장에 모였지만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등이 잘 이뤄져 감염 우려는 없다고 느꼈다. 모쪼록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이날 해운대 벡스코 등 부산 전역 25개 시험장, 1226개 고사장에서 2020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을 치렀다고 밝혔다. 이날 시험 응시자 수는 2만 639명으로 약 71.7%의 응시율을 보였다. 1.5m 간격을 띄우라는 방역 지침에 따라 평소보다 훨씬 많은 고사장이 동원됐다. 부산교통공사 측은 “신입사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은 교실 기준으로 35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데, 이번 시험은 한 교실에 약 22~23명만 들어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이번 필기시험 합격자를 이달 15일 공사 홈페이지에 발표한다. 이후 오는 16~18일 인성검사와 27~31일 면접시험을 거쳐 다음 달 11일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2월 23일 채용 필기시험을 진행하려 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일정을 연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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