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피아니스트의 최고령 공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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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까지 연주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한 일이죠. 9년 전부터 교회에 나가요. 내 의지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나를 도와주는 것 같아요.”

만 95세란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부산 1세대 음악가이자 원로 피아니스트 제갈삼(사진) 전 부산대 음악학과 교수의 육성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제갈 교수의 빼어난 청력, 또박또박한 말투, 명징한 기억력은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부산 1세대 음악가 제갈삼 교수
11일 세계 기네스 도전 음악회
‘94세 사망 루빈스타인’ 경신 예정

제갈 교수가 최고령 피아노 연주로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다. 제갈 교수는 국내 최고령 피아니스트이자 연주 활동을 꾸준히 이어 온 ‘현역’ 음악가다. 오는 11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리는 ‘제갈삼 교수 기네스 음악회’는 역사적인 음악회다. 2016년 (주)삼정기업 후원으로 만 91세에 ‘망백 음악회’를 열었고 이번엔 ‘세계 최초’에 도전해서다. 100세에 단순히 피아노 연주를 한 기록은 있지만, 음악가가 자신의 이름으로 90대에 음악회를 개최한 건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정도다. 루빈스타인은 94세에 세상을 떠났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부산문화 박흥주 대표는 최근 제갈 교수를 대신해 한국기록원에 세계 기네스 기록 등재를 요청했다. 결과는 조만간 통보될 예정이다.

제갈 교수는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중, 부산여중, 경남여중에서 교편을 잡았고 부산교육대학(1968~1976)과 부산대학교(1976~1991)에서 각각 음악교육과와 음악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1970년 ‘부산 피아노 트리오’ 멤버로 합류해 연주회를 총 8번 열었고, 1990~1991년 부산국제음악제 음악 감독을 맡는 등 부산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원로다.

기네스 음악회는 제갈 교수의 피아노 독주로 시작해 독주로 끝난다. 1946년 제갈 교수가 작곡한 ‘감상적인 환상곡’으로 문을 연다. 마지막 곡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로 제갈 교수의 90여 년 음악 인생을 돌아본다.

“감상적인 환상곡은 내가 21세 때 피아노를 치다가 악상이 떠올라 작곡한 곡입니다. 베토벤의 ‘월광’ 1악장을 떠올리며 작곡했죠. ‘월광’은 난해하지 않고 대중적인 곡이죠. 저의 롤모델이자 천재 작곡가인 베토벤도 ‘월광’을 몇 번이나 고쳤다고 하네요.”

제갈 교수는 이번 음악회를 앞두고 매일 한 시간씩 연주곡과 앙코르곡 ‘소녀의 기도’를 연습하고 있다. “‘월광’의 음역이 저음부터 고음까지 넓어요. 1, 2악장에선 천천히 진행되다가 3악장에선 빨라져서 기교가 필요해요.”

특별한 우정 출연도 있다. 한국 1세대 피아니스트 한동일, 피아니스트 이화영선, 소프라노 김유섬, 멤버가 바뀐 ‘부산 피아노 트리오’(바이올린 백재진, 피아노 권준, 첼로 이일세)가 출연한다. ‘부산 피아노 트리오’는 1962년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음악인 구요한(피아노), 김진문(바이올린), 배종구(첼로)가 결성한 단체로 한국 서양음악 역사상 최장수 트리오다. 제갈 교수도 한때 몸을 담았고, 지금은 부산의 후배 음악가들이 명맥을 잇고 있다.

‘부산 피아노 트리오’는 멘델스존의 피아노 3중주 1번을 들려준다. 소프라노 김유섬은 피아니스트 이화영선의 반주에 맞춰 ‘네가 가던 그 날은’(김춘수 시, 제갈삼 작곡) ‘보리피리’(한하운 시, 제갈삼 작곡)를 독창한다. 피아니스트 한동일은 슈베르트의 즉흥곡 연주로 기네스 음악회를 축하한다.

제갈 교수는 “기네스 음악회를 마친 뒤에도 교만하지 않고 매일 꾸준히 연습하겠다.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다면 백순 음악회도 열고 싶다”고 했다. 이번 연주회는 부산문화재단과 부산은행 후원으로 전석 무료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일환으로 전화 예약을 받는다. ▶제갈삼 교수 기네스 음악회=11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문의 부산문화 1600-1803.

조영미·김상훈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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