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900평 ‘아이디어 창고’로 내준 동래시장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동래구 복천동 동래시장 옥상이 시장과 지역에 도움 되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동래시장 상인회는 침체된 전통시장 상권을 살리기 위해 부산시의회 박민성 의원에게 동래시장 옥상 공간 활용계획 마련을 요청했다. 김경현 기자 view@

“어느 날 당신에게 도심의 900평 땅이 생긴다면?”

사람의 발길이 그리운 전통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참신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부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박민성 의원(동래구1)은 동래시장 번영회로부터 ‘900평(2975㎡)의 옥상을 마음껏 활용해 보라’는 허락을 받았다. 이곳 옥상은 지금껏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수십 년간 비어 있던 공간이다. 박 의원은 이 공간에 사람의 온기를 채워 넣을 ‘동래시장 900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 위한 실험 차원
박민성 의원에게 조건 없이 내줘
‘동래시장 900 프로젝트’ 실행
옥상 캠핑장·태양광 설비 등 검토

동래시장 옥상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빈 상태로 방치됐다. 1969년 현재 2층 규모의 동래시장 건물이 지어질 당시에는 옥상까지 채소를 파는 점포들이 들어섰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모두 사라졌다. 번영회는 그동안 옥상을 활용해 보려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20년 전에는 옥상에 시장 주차장을 만들어 보려 기금까지 모았으나, 안전진단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사람이 드나드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지은 지 30년이 넘은 터라 승용차가 오르내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이후로 옥상은 매년 한두 번씩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음식 나눔 행사를 할 때만 쓰일 뿐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박 의원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최근 동래시장을 찾은 박 의원이 번영회에 동래시장 옥상을 활용해 보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번영회는 흔쾌히 화답했다. 번영회는 임대료는커녕 어떠한 조건도 달지 않았다. 박 의원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통 크게 옥상 전체를 내준 것이다.

현재는 900평이라는 드넓은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박 의원은 옥상 공간을 구분해 한곳에는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면 지원금으로 옥상 시설 운영비 마련은 물론 상인들의 전기료 절감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전통시장 위에서 야경을 즐기는 옥상 캠핑장 조성도 아이디어 중 하나다.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한 영수증을 옥상 캠핑장 입장권으로 삼는다면 소비 진작 효과도 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박 의원은 이 공간을 아이들 놀이 공간, 북카페, 벼룩시장,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 중이다.

동래시장 번영회도 이번 프로젝트가 동래시장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2층 규모에 350개 점포가 입점해 있는 동래시장은 25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대형마트에 BRT로 인한 차선 변경, 동래구청사 이전, 코로나19 등 악재가 겹치며 유례없는 침체기를 맞고 있다. 박원청 동래시장 번영회장은 “시장은 물건을 사든 안 사든 사람이 북적여야 한다. 캠핑장이든, 북카페든, 어린이 놀이 공간이든 사람을 모을 수만 있다면 어떤 아이디어든 환영한다. 상인들도 도울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지지를 보냈다.

박 의원은 9월까지 구상 단계를 거쳐 10월 중에는 가시적인 작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박 의원은 “저를 믿고 소중한 공간을 내어 주신 동래시장 상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사람이 모이는 동래시장으로 만드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계획이 생기는 대로 상인과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