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특정 선수의 왕국,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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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국가대표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과 선수들은 국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최 선수와 함께 경주시청 팀 소속이었던 두 명의 현역선수는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경주시청 감독과 주장 선수의 폭력을 추가로 증언했다.

故 최숙현 선수 경주시청팀 동료
국회서 추가 폭로 기자회견
“주장, 옥상서 뛰어내리라 협박”
“팀닥터, 치료 빌미로 가슴 만져”

지목된 가해자들 국회서 부인

A 선수는 “경주시청 선수 시절,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면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팀 주장을 맡았던 장 모 선수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B 선수는 “팀의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을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주장 선수가 훈련 중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물병으로 머리를 때리거나 멱살을 잡고 옥상으로 끌고 가 뛰어내리라고 협박을 했으며, 몸살로 몸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후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팀에서 소위 ‘팀닥터’로 불렸던 안 모 씨에 대한 추가 폭로도 나왔다. 이들은 “의사 면허는커녕 물리치료사 자격도 없었던 안 씨가 선수들에게 자신을 ‘대학교수’라며 속였으며 치료를 빌미로 선수들의 가슴과 허벅지 등을 만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선수들은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져 모든 운동선수들의 인권이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은 이 두 선수 외에도 피해자 6명의 증언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증언에 따르면, 감독은 맹장 수술 후 실밥도 뽑지 않은 선수에게 ‘반창고 붙이고 수영하라’며 가혹한 훈련을 지시했으며, 선수들 입에 담배를 물리고 뺨을 때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과 선수들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의 ‘트라이애슬론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 침해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참석해 폭행 등의 혐의에 대해 정면으로 부인했다.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은 “폭행·폭언한 적 없냐”는 이용 의원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 감독으로서 선수가 폭행당한 것을 몰랐던 부분의 잘못은 인정한다”고 답했다. 폭행과 폭언의 당사자로 지목된 주장 선수 역시 “폭행한 적 없다”며 부인했다. 이들은 이미 공개된 녹취록과 선수들의 추가 피해 증언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편, 대한철인3종협회는 이날 오후 4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최 선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들의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 감독과 선수 2명은 공정위에 참석해 소명했으나, 무자격 팀닥터인 안 씨는 협회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참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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