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이태석 신부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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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전남 담양의 천주교 공원묘역에 있는 이태석 신부 묘비에 새겨져 있는 마태복음 구절이다. 아프리카의 남수단 오지 마을에서 의료봉사와 교육 활동을 하다 2010년 선종한 이태석 신부가 부활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부활’을 통해서다.

사실 이태석 신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선보이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10년 ‘울지마 톤즈’와 올 초 개봉한 ‘슈크란 바바’가 앞서 이 신부의 희생적인 삶과 의미를 잘 보여 줬다. 그런데 왜 또 이태석일까.

영화를 연출한 구수환 PD(KBS를 퇴직하고 현재 이태석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지만, 자신은 PD로 불리길 원했다)는 현재 우리 사회상을 얘기했다. 협치를 외면하는 정치권과 경제·사회적 갈등으로 고통을 겪는 이웃들, 그리고 코로나19가 초래한 일상의 변화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희망일까.

구 PD가 구상한 영화의 원래 제목은 ‘위 아 닥터스’ 정도였다고 한다. 이 신부의 제자들이 당당히 의사로 성장한 모습을 그리면서 떠올린 것이다. 그래서 카메라는 이 신부가 봉사했던 남수단 오지 톤즈 마을의 ‘돈보스코학교’에서 배운 학생들의 현재 모습을 좇는다. 그런데 의사가 되고, 약사가 되고, 기자가 된 그들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하나같이 이태석 신부였다고 한다. 현지에서 마주한 제자들의 모습이 이태석 신부 자체였다는 것이다. 종교적 의미(구 PD는 불교 신자다)를 넘어 ‘부활’을 목격한 것이다. 상영 시간 110분은 이태석 신부가 뿌린 희생과 나눔의 씨앗이 10년, 20년 흘러 어떻게 부활하고 있는지 담담히 보여 주는 시간인 셈이다. 거기에 연출이 개입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부활’은 9일 전국 CGV 영화관 80곳에서 개봉한다. 앞서 구 PD가 연출한 ‘울지마 톤즈’가 5곳에서 시작했으니 흥행을 기대해 봄직도 한데 본인은 아니라고 한다. 대신 글머리에 적은 이태석 신부의 묘비를 소개하며 한마디 보탰다. “시사회에 오신 분들이 눈물을 많이 흘리셨는데, 슬픔과 추모의 의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태석 신부의 ‘부활’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고 미래를 밝히는 희망을 전달한다고 믿고 싶습니다.” 9일 ‘부활’을 상영하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CGV는 동래 센텀시티 정관 하단아트몰링 화명 울산삼산 김해율하 마산 등이다. 더 많은 곳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희돈 교열부 부장 happ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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