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의 세상 터치] 28년의 숙원 동남권 신공항 건설 요구에 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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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개인적으로 김해국제공항 안전문제를 심각하게 염려하던 때가 있었다. 7년차 기자로 공항을 담당했던 1997년 8월 6일부터다. 대한항공 여객기가 괌 아가냐공항 착륙 직전 남쪽 산악지대 니미츠힐에 추락한 날이다. 급히 현지로 날아가 며칠간 사고 수습과정 취재에 매달렸다. 탑승자 229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한 초대형 참사를 목격하고는 공항 시설과 주변 환경, 비행기 정비 등 항공 안전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김해공항 안전을 걱정하는 기사를 자주 보도했다. 공항 남쪽을 제외한 삼면이 산지로 둘러싸여 기상이 안 좋은 날 항공기 사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 지금도 김해공항은 민간 조종사들 사이에 세계 공항 중 위험한 곳 5위로 꼽힐 정도로 악명을 떨친다. 지형이 이·착륙하기에 몹시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안타깝게도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김해공항 주변 지형 항공기 안전 위협
돗대산 중국 민항기 추락 참사가 증명

수요에 맞는 공항 확장에 한계 노출
가덕도신공항 등 대체 공항 조성 필요

대구·경북과 갈등 해소돼 명분은 충분
국토균형개발·동남권 발전에 바람직


2002년 4월 15일.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다 북쪽 돗대산과 충돌해 129명의 사망자와 3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 괌 사고와 흡사하게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대참사였다. 안전에 치명적인 입지적 결함이 재확인됐다. 공항의 다른 문제점들도 드러났다. 군공항이어서 군관제사 통제를 받아야 하고 심야에는 민항기 운항이 불가능해 공항 발전에 제약이 많은 점, 부산 강서구와 경남 김해시 주택가의 항공기 소음 민원과 막대한 보상금, 공항 확장을 제한하는 주위 그린벨트 지대 등이다.

이 사고는 현재까지 부산시민들이 정부에 안전한 대체 공항 신설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참사 직후 부산은 물론 울산과 경남 주민들까지 나서면서 ‘동남권 신공항’ 조성 요구는 거세졌다. 이에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적절한 신공항 건설 후보지를 찾겠다고 약속했다. 2006년엔 노 대통령이 건설교통부에 동남권 신공항 추진을 공식 검토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어진 이명박 정부는 신공항 대선공약 백지화로 부·울·경의 오랜 숙원을 묵살했다. 박근혜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안과 대구공항 및 K2공군기지를 합쳐 이전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계획 결정으로 동남권 신공항의 발목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신공항 후보지로 부산 가덕도를 앞세운 부산과 경남 밀양을 내세운 대구·경북·울산·경남지역 간에 빚어진 갈등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신공항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는 28년 전인 199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부산시가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처음 제기했다. 김해공항이 포화상태이며 주변 여건상 확장에 어려움이 큰 데다 국내선과 국제선 이용객이 급증하므로 2000년까지 신공항을 만들어 이전하자는 거였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김해공항은 이용객의 폭발적인 증가세로 이미 수용능력이 한계치에 달한 채 국제노선 신규 취항 수요는 잇따랐다. 덩달아 낡고 비좁은 청사와 시설에 대한 불평과 민원 역시 늘어나고 있다. 이는 최근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를 중심으로 ‘동남권 관문공항’이란 명칭의 신공항 요구가 다시 뜨거워진 원인의 하나다. 해양·수산 종사자들은 부산신항에 인접한 가덕도에 신공항을 조성해 해운·철도·항공을 잇는 복합 물류체계를 갖춰 시너지와 경쟁력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반면 중앙정부는 800만 부·울·경 주민이 30년 가까이 외친 신공항 건립 목소리를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해 못마땅해하며 외면해 온 게 사실이다. 이제는 소규모 국제선 청사 신축과 찔끔공사로 김해공항에는 생색만 내고 동북아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국제공항 키우기에 줄곧 혈안이 된 태도를 고칠 때가 됐다. 경제력과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이 더 팽창하면 나라가 병들고 국력은 쇠락할 수 있다. 신공항은 동남권 발전의 새로운 발판과 동력을 마련해 정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사람과 기업이 유입되는 국가 성장의 새로운 경제축을 만들자는 게 취지다. 수도권 중심주의에 물든 정부 관료들에게 지역균형개발을 통한 국가 발전을 위해 수도권과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동남권에 24시간 운영되는 안전하고 번듯한 국제공항은 필수적이라는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가덕도신공항의 당위성은 분명해졌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추진으로 대구·경북지역과 갈등 요인은 사라졌다. 울산·경남과 전남까지 가덕도신공항 유치에 찬성하고 있다. 특히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성공 개최에 신공항이 절실하고, 지금이 건설의 최적기이자 마지막 기회다. 올 1월 부산이 국내 유일하게 선정된 국제관광도시 육성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긍정적 대답을 고대한다. 언제까지 인천공항 이용으로 겪는 영남권 주민들의 경제적 손실과 생활 불편을 방치할 것인가.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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