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비행기가 활주로로 들어설 때 / 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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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겨울 새벽은 남색의 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비행기가 활주로 가까이 내려가고 있을 때 밑을 보았다

당신이 탄 자동차가 바다 속 같은 세상의 귀퉁이에서

차선을 바꾸며 공항도로를 환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접힌 살이 빠르게 들어가고 있는 지상의 여울목



아파, 길게 길게 부르짖다 나는 내려간다

바퀴가 찢어질 듯 비명을 지르지 않고서는

도로 위에 올라갈 수 없는 사랑들


-황학주 시선집 중에서-


착륙을 위해 비행기가 내려갈 때 시야에 지상의 풍경이 들어오고 차선을 바꾸며 환하게 달려오는 당신의 자동차가 보인다니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랑이 어디 달콤하기만 하겠는가. 모르는 너와 모르는 내가 만나 달고 쓴 것이 켜켜이 쌓여 만든 한 몸 아닌가. 다급하게 서로의 거리를 좁혀가는 순간들이 있어 사랑은 몸집이 커갈 것이다. 그러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노래가 있듯이 바퀴가 찢어질 듯한 비명이 필요한 사랑이라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아마 시인은 사랑에 의한 내상이 많은 듯하다.

김종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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