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미동 ‘비콘 그라운드’ 드디어 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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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형 복합생활 문화공간

부산 수영구 수영고가도로 하부에 설치된 컨테이너형 복합생활 문화공간인 ‘비콘(B-con) 그라운드’. 이달 말 문화재단의 예술가 10여 명이 입주해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에서 처음으로 조성된 컨테이너형 복합생활 문화공간 ‘비콘(B-con) 그라운드’가 이달 말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인근 수영구 주민과 상인들은 비콘 그라운드가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지역 상권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는 동시에,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터전을 잃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부산도시재생센터는 이달 말부터 청년 창업 공간 11곳, 문화 공간 8곳, 상가 14곳을 시범 운영한 뒤 9월 초에 정식 개관한다고 7일 밝혔다. 비콘(B-con)은 부산(Busan)-컨테이너(container)의 줄임말로, 컨테이너 구조물을 중심으로 조성되는 문화 공간을 의미한다. 이번에 수영구 망미동에 들어서는 비콘 그라운드는 수영고가도로 하부 총면적 1990㎡에 2층 규모로 조성됐다.

수영고가로 아래 90억 투입
창업공간 등 51개 시설 조성
청년문화 핫플레이스 기대감
부산시 ‘둥지 내몰림’ 예방키로

이곳은 청년 창업 공간 11곳과 문화예술인 창작 공간 8곳, 상업시설 27곳, 운영 및 커뮤니티 공간 2곳 등 총 51곳으로 구성됐다. 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관 시설도 있다. 부산문화재단이 문화 공간 8곳, 디자인진흥원이 청년 창업 공간 11곳을 각각 운영한다.

비콘 그라운드가 들어선 곳은 1980년 수영고가도로 건설 뒤 방치돼 온 지역이다. 이곳이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등 우범지대로 전락하자 인근 주민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이에 부산시가 2016년 국·시비 총 90억 원을 들여 문화체육관광부 지역관광개발 사업으로 비콘 그라운드를 추진했다. 설계 용역 등을 거쳐 2018년 공사를 시작했고 올 3월 준공했다.

시는 비콘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이 일대를 ‘문화 오감길’이라는 문화특화권역으로 조성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비콘 그라운드는 청년문화 권역으로 조성하고, 인근 망미골목은 골목문화, 팔도시장·사적공원은 전통문화, F1964는 전시문화, 수영강 일대는 자연문화 권역으로 만든다.

비콘 그라운드 등장으로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비콘 그라운드 부근에는 이미 카페와 상점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들 가게 대다수는 향후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고 입점한다는 것이 지역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한 상인은 “이 부근은 거래가 많은 곳은 아니었는데, 최근 들어 월세가 많이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벌써 일부 상인은 ‘둥지 내몰림’ 현상을 우려한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주민이나 세입자들이 어쩔 수 없이 떠날 수 있다는 것. 서울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 침체한 곳을 핫플레이스로 만든 주민과 청년 세입자들이 결국 임대료 상승으로 쫓겨 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이 자리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입점하고, 결국 그 일대의 개성이 사라지는 악순환이 연출됐다.

인근에 사는 이 모(41) 씨는 “비콘 그라운드 같은 컨테이너형 문화 공간이 전국 곳곳에 조성된 것으로 안다. 이들 대부분이 자생력이 높지 않아 실패한 것으로 안다. 비콘 그라운드 역시 실패 가능성이 있고, 성공하더라도 인근 상가 건물주에게만 지가 상승이라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지역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주민, 상인과 자주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해 둥지 내몰림 현상을 예방할 계획”이라며 “낙후되고 어두웠던 수영교 인근을 활기찬 젊음의 거리로 바꿔 도시재생 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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