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방한에 ‘날 세운’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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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일인 7일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다시 한번 일축했다. 비건 부장관의 대북 메시지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북한은 지난 4일 ‘최선희 담화’에서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담화를 통해 “다시 한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북한은 ‘촉진자’ 역할을 모색하는 남측을 향해서도 “삐치개질(참견질)을 그만하라”고 비난했다.

비건 부장관 방한을 계기로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 동력을 끌어내려던 우리 정부 입장에선 다소 ‘김이 빠지는’ 상황을 맞았다. 청와대는 지난 6일 외교안보라인을 ‘북한통’ 인사로 교체했고,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무성 국장 “美와 마주 안 해”
북·미 대화 가능성 재차 일축
한국에도 “참견 그만하라” 비난

하지만 권 국장은 이날 남측을 향해 “보기에도 딱하지만 중재자가 되려는 미련이 그렇게도 강렬하고 끝까지 노력해 보는 것이 정 소원이라면 해 보라”며 “그 노력의 결과를 보게 되겠는지 아니면 본전도 못 찾고 비웃음만 사게 되겠는지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지난 최선희 부상이나 이날 권정근 국장 담화에서 미국 정부나 트럼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지 않으며 수위를 조절했다는 점에서 북·미 대화에 여지를 둔 것이란 해석도 있다. 실제 북한의 ‘날 선’ 반응에도 비건 부장관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미국의 유연한 태도를 강조하며 북한에 협상 복귀를 촉구할 것으로 점쳐진다.

북한이 당장 호응할 가능성은 적더라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북한이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입장을 정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편 비건 부장관 일행은 이날 오후 3시 2분 오산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올 3월 이후 미국의 주요 인사가 방한하기는 처음이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 등과만 만난 뒤 8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는 일정을 시작으로 한국 측과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간다. 그는 9일 일본으로 떠나기 전 서훈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민지형 기자 o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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