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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 속초 양양

강릉 심곡항에 있는 바다부채길 전망대. 코로나19로 닫혀버린 일상에서 벗어나 파도와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비대면 관광지다.


눈앞에 한없이 펼쳐진 동해 바다, 그리고 남녘과는 결이 다른 웅장한 산. 가슴에 담아두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지친 몸이 깨어나는 기분이다. 마음이 생기를 잃고 메말라 갈 때, 그래서 단비 같은 여행이 필요할 때 우리는 강원도를 꿈꾼다. 코로나19로 닫혀버린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비대면(언택트) 관광지가 즐비한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부산에서 양양까지 새로 생긴 항공편 덕분에 강원도는 마음만 먹으면 하루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이웃이 됐다.


정동진~심곡항 바다부채길
손에 닿을 듯한 동해 속 시원
안목해변 커피 거리 이국적

공기부터 남다른 설악산
비선대 위에 서면 신선 된 듯

평상처럼 넓은 바위 휴휴암
주변 황어 떼 색다른 볼거리









부산 관광객들이 바다부채길 전망대에서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릉 안목해변의 커피 거리. 속초 설악산 비선대에 서면 신선이 따로 없다. 양양 휴휴암의 거북이 모양 바위(위부터).




■커피 향 그윽한 강릉, 바다부채길 인기

비대면 관광지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강릉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장소는 정동진과 심곡항 사이를 잇는 2.86km 구간의 바다부채길이다. 정동은 경복궁에서 정방향으로 동쪽에 있다는 뜻이고, 심곡은 깊은 골짜기 끝에 있다는 뜻의 마을 이름이다. 여기에 전체 지형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과 같다고 해서 정동진의 ‘부채 끝’ 지명을 더 해 바다부채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랫동안 해안경비를 위해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오다가 2016년 10월 처음으로 공개됐다. 시원하고 탁 트인 동해를 배경으로 몽돌해변, 투구 바위, 부채 바위 등 곳곳에 비경이 자리 잡고 있다. 심곡항 전망대에 오르면 웅장한 기암괴석과 동해가 손에 닿을 듯 한눈에 들어온다.

정동진 썬크루즈 리조트 앞과 심곡항 두 곳에 매표소가 있다. 오후 4시 30분까지만 입장할 수 있고, 너울성 파도 등 기상악화 때에는 출입을 통제하므로 반드시 사전에 출입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썬크루즈 리조트와 심곡항 사이에 순환버스가 운행한다.

주변에는 세계 최대 모래시계와 시간박물관을 품고 있는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 창의적인 예술공간으로 유명한 하슬라 아트월드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하슬라는 강릉의 옛 이름이다.

동해 바다 풍경에는 커피가 어울려서일까. 유독 강릉에는 유명한 커피숍이 많다. 우리나라 바리스타 1호점을 비롯해 직접 원두를 볶고, 손으로 커피를 내리는 커피 전문점들이 강릉 곳곳에 들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강릉 커피 거리는 안목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카페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이룬다. 바다라는 낭만적인 공간과 여유를 상징하는 커피가 만나 강릉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유명 커피 체인점 대신 강릉의 토박이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을 찾는 사람이 더 많은 것도 커피 거리만의 특징이다.

강릉의 새로 떠오르는 명물은 수제 맥주다. 강릉에서 수확한 쌀과 밀, 강릉 곶감과 강릉 배, 강릉 솔잎 등에서 얻은 효모로 발효시킨 수제 맥주는 각기 다른 개성을 추구하며 ‘강릉 맥주’라는 정체성을 얻어가고 있다.

혀끝을 알싸하게 적시는 수제 맥주, 파도 소리와 솔 향기에 온몸을 맡기면 그야말로 한여름 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속초의 설악산과 아바이마을

속초는 산과 바다와 호수의 고장이다. 산은 대청봉과 설악 바위로 유명한 설악산이요, 바다는 눈 둘 데 없이 아득한 동해다. 속초의 첫인상은 설악산이다. 속초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을 가로막는 설악산의 위용에 저절로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설악산 입구에 들어서면 와 닿는 공기부터 다르다. 그곳에서 바람을 만나면 마스크를 벗고, 심호흡을 해 보자. 아무 말 없이 그냥 바람 소리, 새 소리, 물소리에 귀 귀울여 보자. 온몸이 즐겁다고 노래를 부른다.

매표소와 신흥사를 지나면, 등산로가 비선대와 울산바위로 가는 길로 나눠진다. 비선대 가는 길은 대체로 평탄해 두 시간 정도 가볍게 산책하듯 다녀오기 좋은 길이다.

조금씩 안으로 들어갈수록 설악산 비경이 드러난다. 병풍처럼 둘러선 암봉들, 거대한 바위에 둘러싸인 비췻빛 소(沼), 그 주변으로 초록빛 단풍나무들의 둘러선 모습은 ‘이래서 설악이구나’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비선대는 커다란 암반으로 신선이 이곳에서 노닐다 하늘로 올라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위에 서면 어느덧 내가 신선이 된 느낌이다.

청초호에서 바다로 연결되는 입구 쪽 청호동에는 아바이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전쟁 이전만 해도 사람이 살지 않던 바닷가 땅이었으나, 북에서 피난 내려온 사람들이 곧 고향으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고 38선 가까이에 있는 이곳 모래톱에 움막을 짓고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죽어서라도 동해바다 큰 너울에 올라앉아/흘러 흘러 그곳에 가고 싶다”는 실향민의 시비가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아바이마을이 유명해진 것은 중앙시장과 이곳을 연결하는 갯배가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되면서부터다.

이제는 설악대교와 금강대교라는 두 다리가 연결돼 갯배를 이용하지 않고도 시내와 교통할 수 있게 됐지만, 갯배는 여전히 잃어버린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길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한없이 편안한 양양 휴휴암

부산에서 새로 직항편이 취항한 양양은 남으로 강릉, 북으로 속초와 인접해 있어 강원도 여행의 출발점이자 이정표 역할로 맞춤이다.

양양은 서핑의 성지이자 국내 3대 관음 도량이자 일출 명소인 낙산사로 유명하지만, 최근 뜨는 장소는 7번 국도 옆에 위치한 휴휴암이다.

쉴 휴(休)가 두 개 연달아 붙은 절 이름처럼 휴식하기 좋은 곳이자 탁 트인 바다 전망 때문에 많은 여행객이 방문한다. 절을 돌아 내려가면 바닷속에 거북이 형상을 한 넓은 바위가 평상처럼 펼쳐져 있는데, 주변에는 방생한 황어가 떼를 이루고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동해의 수평선과 파도,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느긋하게 절 경내와 바닷가를 거닐면 한없이 편안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양양의 또 다른 명소는 애국가 영상에 나오는 소나무를 만날 수 있는 하조대다.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무인 등대에 올라서면 우뚝 솟은 기암절벽 위에 소나무가 뿌리박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조선의 개국공신 하륜과 조준이 잠시 머물다 간 곳으로 국가 명승으로 지정돼 있다. 동해안의 드넓은 바다와 하조대 해수욕장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이곳에서 맞는 일출은 아름답고 장엄하기로 유명하다.

글=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사진=가네다 다이 서일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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