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닥터] 시력 잃기 전까지 알기 힘든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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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백내장

허윤석 원장이 반려견에게 백내장 등 검진을 위한 안과 현미경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센텀동물메디컬센터 제공

구내염과 치근단 농양으로 구강치료를 받으러 동물병원을 찾은 9살 진주(푸들)는 마취 전 검사와 신체검사에서 눈물량이 줄어드는 등의 안과 문제가 의심돼 안과 정밀검진을 받았다. 검사 결과 눈물량이 줄어드는 건성 각결막염과 포도막염이 발견됐다.

포도막염의 원인은 백내장이었다. 보호자들은 진주가 잘 보고 걷는 등 일상생활을 크게 불편해하는 것 같지 않아 백내장을 눈치채지 못했다.

부산동물병원 아이센텀동물메디컬센터(부산 해운대구 우동) 허윤석 원장은 “대부분의 보호자가 수술하기 힘든 과숙 백내장 단계에 이르러서야 질환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술 적기인 초기 또는 미성숙 백내장 시기에는 일반적인 육안 검사상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미 시력 이상의 증상을 보이게 되었을 때는 수술하기 곤란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백내장의 원인은 아주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타고난 유전적인 특성에 의해 발생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당뇨, 망막질환, 수정체에 안구의 균형을 파괴하는 질환이 발생하거나 수정체가 손상돼 발생하기도 한다.

백내장이 발생하면 빛이 통과하는 통로를 막거나 방해해 망막에 상(물체)이 맺히는 것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사물이 이상하게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수정체 전체가 빛을 투과하지 못 하도록 하얗게 변하고 망막으로 가는 빛이 차단돼 결국 시력을 상실한다. 허윤석 원장은 “반려동물의 경우 시각 외에도 후각, 청각으로 세상을 인지하기 때문에 백내장이 발생해도 행동 변화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며 “그 상황에 적응한 반려동물은 시력 상실 전까지 정상적으로 생활하기에, 보호자들이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질병”이라고 말했다.

백내장이 발생하면 우선 눈의 다른 질환이나, 당뇨병, 쿠싱 등의 대사질환을 확인하는 종합 검사가 이뤄진다. 백내장을 악화시키거나 백내장 치료나 수술을 해도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 있는지 확인 후 안과 정밀검진을 한다. 안과 정밀검진은 백내장뿐만 아니라 각막 이상, 질병, 안압 정상 여부, 눈을 보호하는 눈물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는지 등을 확인하고 백내장 합병증 검사를 진행한다. 망막과 시신경 및 신경 전달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알아보는 망막전위도 검사도 함께 이뤄진다. 허 원장은 “망막전위도 검사는 빛 신호를 신경 신호로 바꿔주는 망막의 시신경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불투명한 수정체를 제거해 정상적인 빛을 받아들일 수 있어도 망막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수술이 소용없기 때문에 수술 전 반드시 해야 하는 검사”라고 전했다.

허 원장은 “백내장은 진행 정도를 파악해 수술 등의 방법으로 치료·관리하게 된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달리 수술 후 관리를 스스로 못하기 때문에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보호자의 꼼꼼한 관리가 더 좋은 예후를 만든다. 수술 후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관리하고,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으면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진홍 선임기자·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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