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동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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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시장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조선 시대 동래읍성 오일장에서 유래해 일제강점기 때 상설시장이 되었다. 동래시장은 100년 전인 1919년 3월에는 부산 독립만세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 유서 깊은 장소다. 지금의 위치로 자리를 옮겨 동래시장 건물이 처음 지어진 때는 1937년이다. 1968년에는 화재로 건물 전체가 소실되어 300여 입점 상인들이 보금자리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그로부터 2년간의 공사 끝에 현재의 동래시장 건물이 들어섰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동래시장이지만 시대가 달라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 동래구청사 이전, BRT로 인한 차선 변경 등 악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올 2월에는 250년이라는 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코로나19 때문에 하루 휴장하고 방역 소독을 하는 일까지 있었다. 전통의 동래시장에서 파격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방치된 동래시장 옥상 900평(2975㎡)을 더불어민주당 박민성 시의원(동래구1)에게 자유롭게 활용해 보라며 맡겼다는 것이다.

옥상 한쪽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상인들에게 전기료 절감 혜택을 주겠다는 계획 외에는 백지상태에서 아이디어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 캠핑장, 아이들 놀이 공간, 북카페, 벼룩시장, 문화공간 등이 검토 대상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을 알린 <부산일보> 페이스북에는 하루 만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은 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연인, 아이, 가족과 즐길 추억의 롤러장을 만들어 주세요”나 “주민들이 직접 하는 버스킹 공연이 열리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등 신선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부산푸드필름페스타 박명재 프로그램 디렉터는 "시장에서 재료를 사 와 직접 요리를 하는 쿠킹 스튜디오 장소로 적합해 보인다. 여기서 옥상극장을 해도 좋겠다"라며 큰 관심을 표시했다.

박원청 동래시장 번영회장의 말처럼 시장은 사람이 북적여야 한다. ‘동래시장 900 프로젝트’로 명명되었다니 기왕이면 아이디어가 900개쯤 들어오면 좋겠다. 보라카이 해변의 한 레스토랑 요리사와 종업원들이 저녁 요리가 끝나자 모두 가게 앞으로 나와 신나는 댄스 공연을 보여 주던 장면이 떠오른다. 흥에 겨운 관광객들은 요리사 모자를 빌려 같이 춤을 추고 사진을 찍었다. ‘동래시장 상인 댄스단’ 정기공연은 어떨까. 동래시장이 어떻게 변신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생각이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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