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원으로 끝나다니” 뿔난 시민들 ‘SOFA 개정’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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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 난동 ‘솜방망이 처벌’

주말인 지난 4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외국인들이 모여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독자 제공

범칙금 5만 원에 종결된 ‘미군 해운대 폭죽 난동’(부산일보 7월 7일 자 2면 등 보도)에 대한 공분이 커지는 가운데, 미군 처벌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내 사법당국이 범죄를 저지른 미군을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내용을 담은 SOFA를 개정해 주한 미군 범죄를 근절하자는 주장이 수십 년째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미군 해운대 폭죽 난동으로 SOFA 개정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속수무책 미군 범죄 근원은 SOFA
12가지 범죄 외엔 구속 못해
강력범죄도 10명 중 8명 불기소
‘해운대 난동’ 미8군으로 넘어가
부산 시민단체, 고발장 제출



SOFA 규정에 따르면, 살인, 강간, 불법 마약거래, 폭행치사·상해치사 등 적시된 12가지 중대 범죄가 아닌 경우, 한국 경찰은 범죄를 저지른 미군을 계속 구금하거나 구속할 수 없다. 또 미군이 공무 집행 중 범죄를 저질렀다면, 미군 당국이 재판권을 관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SOFA 합의의사록에는 미군 측이 요청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한국 당국이 재판권을 포기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규정들은 반강제적 효력을 띤 조항으로, 특정 범죄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한국 법으로 주한미군을 일방적으로 처벌 또는 재판할 수 없다.

폭죽 난동 당일 시민 신고만 70여 건에 달할 정도로 주민과 관광객이 공포에 떨었으나, 미군 가담자 A 씨는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별다른 체포나 구금 없이 범칙금 5만 원을 내고 풀려났다. 또 같은 날 해운대 일대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던 미군 B 씨도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들 사건은 경찰 조사만을 거쳐 미8군으로 넘겨졌다.

SOFA 규정에 따라, 추후 미군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A 씨와 B 씨에 대해 재판권 포기를 요청해 올 경우, 한국 사법당국은 이들에 대한 법적 절차를 계속 진행하기 어렵다.

이 같은 불평등한 SOFA 규정의 단면은 범죄를 저지른 주한미군에 대한 불기소율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날 법무부에 따르면 2017년 주한미군의 국내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 불기소율은 81.3%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이 형사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이다. 불기소율은 2015년 66.7%, 2016년 73.5%로 매년 증가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 같은 SOFA 규정이 신속한 수사를 방해하고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최홍배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국제법 교수는 “SOFA 일부 조항이 한국의 전속적 형사재판권을 무너뜨리고 있다. 신병 확보의 어려움과 미군 당국과의 재판관할권 혼돈은 결국 미군 범죄의 단절을 어렵게 한다”며 “미국에서 경찰관에게 폭죽을 발사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면, 물리적 제압을 통한 즉각적인 체포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공분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진보당 부산시당은 폭죽 난동에 방역법까지 무시한 주한미군 처벌을 촉구하는 서한을 부산경찰청에 제출했다. 부산평통사(부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와 부산YMCA 등 지역 시민·종교 단체는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해운대 난동 미군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이 해운대에서 난동을 부린 미군 전원의 신원을 파악해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8군 측은 한국 경찰과 협의를 거쳐 재판관할권을 결정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A 씨와 B 씨는 관련법에 따라 본국으로 퇴출당할 가능성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당국 내부 규정상 경찰관에 대한 위해 행위와 음주 사고는 최고 징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미8군 관계자는 “아직 미군 공식 입장은 아니나, 유사 사례와 규정에 따르면 이들은 퇴출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미군 내부에서 관련 징계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사건 당사자인 미군이 당시 ‘공무 집행’ 중이 아니었던 만큼 재판관할권은 향후 양국의 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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