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도 없이 권고만… 與 ‘다주택 매각’ 공수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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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 협의회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더불어민주당 소속 42명의 ‘다주택’ 보유 의원들은 본인과 가족이 사는 집만 남기고 나머지 주택을 팔게 될까. 9일 국회에서 가장 주목한 질문이었는데, 결론부터 정리하면 ‘당장은 팔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내 다주택 의원들에게 ‘데드라인(최종시한)’ 없이 신속한 처분을 ‘요청’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는 (선거 당시 집을 팔겠다고)서약한 의원들의 다주택 해소를 신속하게 진행해 주기를 요청했다”며 “대상 의원들은 지도부의 요청을 수용해 빠른 시일 내에 (다주택 처분을)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분 이행 시기와 관련해선 개별 의원들이 SNS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스스로 이행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해당 의원에 ‘신속한 처분’ 요청
데드라인 없이 본인에 매각 일임
“당장 집 팔 가능성 없어” 지적
당 대표 후보들 ‘처분’ 강력 주장
당권 레이스서 논란 재점화 될 듯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공천 조건으로 ‘규제지역에 2주택 이상 가졌으면 2년 내 집을 팔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 아직 시간이 남은 셈인데, 최근 다주택 논란이 벌어지자 당초 2년의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이 검토됐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공천 신청을 할 때 (당선 후)2년 내 1가구 1주택 외에 다 매각하는 것으로 서약을 했는데 이 기간이 국민 눈높이에서 조금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어서 더 단축하는 방안을 지금 만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지도부는 처분 ‘권고’를 하는 대신, 새 시한을 설정하지 않았다. 당에서는 모든 의원을 대상으로 주택 보유 이유를 구체적으로 파악했는데, 본인들의 거주 주택 외에 소유 주택에 본가나 처가 부모가 사는 경우가 많고, 임대 등으로 당장 처분이 쉽지 않은 사례가 많아 일률적인 시기를 적용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체 조사 결과와 서약서 작성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2년 기한을 지켜 집을 팔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치권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다만 부동산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민주당의 당권 레이스를 통해 이 문제가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이날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김부겸 전 의원은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보유에 대해 ‘석 달 내’로 시한을 정한 뒤 정리하지 못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터라, 자당 의원들의 다주택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 입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고위공직자에게)3개월의 여유를 주고 정리를 못 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유력한 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도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보유에 대해 “처분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보유에 대해 “개인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그걸 너무 생각하지 마시고 1가구 이상 주택을 가진 분들은 처분하는 게 옳다”며 “고위 공직에 있는 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이날 야권에서 주장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질론에 대해 “인사는 대통령의 일이고 함부로 말하는 것이 직전 총리로서 적절하지 않지만 정부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김 장관의 거취 문제도 다주택 논란과 맞물려 여권 내에서 공론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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