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검언유착 수사 ‘백기투항’ 秋 검찰 개혁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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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검찰총장이 지휘하지 말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전면 수용한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채널A 측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이 법무부에 사실상 ‘백기 투항’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놓고 법무부와 첨예하게 대립해 오던 대검찰청은 9일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사건을 검찰총장이 지휘하지 말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면 수용한 것이다.

대검의 발표에 추 장관은 “만시지탄”이라면서도 “이제라도 장관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검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 발표
법무부 “만시지탄, 국민 바람 부합하라”
전 채널A 기자·한동훈 검사장 소환 임박
중앙지검 “국민 납득할 만한 수사 할 것”
공수처 출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박차

■일주일 만에 봉합된 갈등



윤 총장은 이날 수사지휘권 박탈을 인정하면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지휘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친여권 성향의 지검장이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앞으로 독립적인 수사를 이어나가게 된다는 뜻이다.

일주일 만에 극적으로 갈등이 봉합되기는 했지만 전날까지도 법무부와 대검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양측은 하루 전인 8일까지만 해도 물밑으로 절충안을 만지고 있었다.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 수사본부 설치를 대안으로 내놓은 것. 윤 총장과 추 장관 모두 해당 사건에서 손을 떼자는 일종의 신사협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검의 제안에 추 장관은 수사 지휘권을 100% 수용할 것을 요구하며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대검은 “검찰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당시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 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장관의 지휘가 부당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추 장관은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몰아붙였다.



■기자와 검사장 동반 구속되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추 장관의 비호 아래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받게 되면서 조만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주요 피의자 신병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만간 핵심 피의자인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될 전망이다.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 연구위원에 대한 소환 조사도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씨 측이 신청한 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가 변수로 남아 있지만 장관이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한 상황이라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권고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국민들께서 납득하실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관 지휘권 강화에 검찰개혁 ‘탄력’

대검의 이날 입장 발표가 ‘비(非)검사’ 출신인 추 장관에 대한 윤 총장의 백기 투항으로 해석되면서 앞으로 윤 총장은 검찰 수장으로서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윤 총장이 장관 지휘의 위법성을 부각하기 위해 지난 3일 소집한 전국 검사장 회의가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총장 본인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검사장 회의를 방패 삼아 장관에게 맞섰고, 결국에는 이마저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대한 위법성 논쟁이 법무부의 승리로 끝나면서 법무부의 검찰 견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권이 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의 고삐를 더 세게 쥘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검찰 조직 내부의 입지와는 반대로 윤 총장의 외부 입지는 더욱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추 장관과 갈등이 이어지던 지난달 30일 윤 총장은 ‘리얼미터’의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10%대를 기록하며 3위로 뛰어올랐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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