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모르는 ‘선원 코로나 전수검사’ 해수부는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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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부산항 신항에서 하선하는 선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러시아 선원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이후 국내 입항 선원 전체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가 시행되고 있지만, 검역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9일 검역당국과 해수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부산항을 통해 입항한 모든 선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항만방역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조처다. 전수검사 대상은 임시 하선하는 내·외국인과 입국을 신청하는 국내 선원이다. 선원 하선 업무 전반은 해수부가 맡았다.

러 선원 집단감염 후 검역 강화
국내 선원 “2주간 발 묶여” 반발
해수부 “보완” 원론적 입장만

하지만 전수검사에 대한 반발은 거세다. 선원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선원은 해외 항만에서 하선을 하지 않아 격리나 다름없는 승선 상태로 국내에 들어온다. 하지만 해외 하선 여부 조회 없이 엄격한 능동감시는 일괄적으로 의무화했다. 지난주까지 선원들은 검역 후 검역증을 받으면 배에서 내릴 수 있었고, 발열·기침 등 유증상자만 검사 받았다. 해수부 등에 따르면 하루 평균 200명 이상이 선원 교대를 위해 하선하는데 200여 명이 2주간 발이 묶이는 셈이다. 선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선원들은 바이러스가 아닙니다’라는 국민청원을 올렸고, 선원노련도 기준 없는 검역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외국인 선원 자가격리도 실행 방안 없이 대책이 앞서 혼란의 연속이다. 외국인 선원은 자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별도 시설에 자가격리하기로 했지만 현재 선사가 선원들을 관리하고 있다. 대규모 격리시설을 해수부와 지자체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방역 대책에 현장이 강하게 반발하자 해수부도 부랴부랴 대안 마련에 나섰다. 해수부는 지난 3·7일 두 차례 업계와 회의를 열어 “자가격리 시행할 13일까지 방역당국과 협의해 보완책을 내놓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수정 대책은 발표하지 못했다. 애초 첫 대책을 내놓기 전 업계 여론을 수렴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대책 수립 과정에서 중앙방역대책본부에 해운·항만 현실을 해수부가 제대로 전달·설득했는지 업계에선 의문을 제기한다.

부산의 한 선사 관계자는 “코로나 전수검사 대책은 선원 운영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졌다”며 “업계 현실을 대변해야 할 해수부가 현실을 모르는지, 방역당국에 제대로 말을 못하는 건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외국인 자가격리 시설은 지자체와 협의해 구하는 중이고, 선원 격리 문제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방역당국과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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