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났던 구평동 같은, 부산 ‘위험한 주거지’ 98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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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 산지사면 전수조사 연구용역 결과 붕괴 위험이 높은 주거지 인근 사면이 부산에만 98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산사태가 발생해 4명이 숨진 사하구 구평동 사고 현장. 부산일보 DB

일가족 등 4명이 사망한 부산 사하구 구평동 성토사면 붕괴사고(부산일보 2019년 10월 4일 자 1면 등 보도)와 같이 관리 미비로 붕괴위험이 높은 주거지 인근 사면이 부산에만 98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격 장마철을 맞아 위험지역에 대한 시급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시는 최근 ‘생활권 연접 산지사면 전수조사 연구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주거지 인근 사면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결과 위험 지역이 98곳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사고가 난 구평동 지역은 석탄재가 섞인 토사가 매립된 ‘인공 사면’이라는 이유로 산사태 취약지역 조사에서 빠졌다는 지적에 따라 부산시가 실시한 주거지 인근 사면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다. 



市, 생활권 인근 사면 전수조사
감천로·해운대로 인근 사면 등
토사 유출 지속·낙석 우려에도
보호시설 없고 관리체계서 누락
위험도 높은 곳 정밀조사 예정

부산시 관계자는 “과거 붕괴 이력이 있거나 사면을 보호하는 시설물 등이 없음에도 관리 체계 안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 98곳이 있는 것으로 현재 확인됐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구평동 성토사면 붕괴 지역처럼 주거지가 밀집한 산지 경계면 인근에 위치한 사면 중 기존 관리체계에서 누락된 지역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고자 지난해 11월 용역에 착수했다. 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번 용역은 산림종합중앙회와 대한토목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가 시행하고 있고, 올해 12월 마무리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3일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일가족 포함 4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평동 산사태는 주거지역과 불과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생해 피해를 키웠다.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산림청의 ‘산사태 위험지도’ 총 5등급 중 1·2등급지에 속해야 하지만, 구평동 사고 지역은 3~5등급으로 분류돼 실태조사 대상지에 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대상지는 행안부와 산림청이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산사태 취약지역과 붕괴위험 지역에서 제외된 사면 중 주거지 인근에 위치해 있는 사면 861곳이다. 산지 경계를 기점으로 주거지 방향 20m , 산지방향 20m, 모두 40m 범위 안에 있는 사면을 조사했다. 구평동 산사태 사고 지점처럼 성토재가 매립되어 있는 산지 사면뿐만 아니라 암반사면과 사면 인근 시설물도 모두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용역에서는 각 사면을 위험지역(A등급), 잠재적 위험지역(B등급), 관심대상지(C등급)으로 분류했는데, A 등급에 해당되는 지역이 98곳으로 확인된 것이다.

A등급에 속한 지역은 지속적인 토사유출과 낙석 등이 우려되지만, 하부보강시설물이 없어 시급하게 보수가 필요한 곳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사하구 감천동 감천로 인근 사면과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로 인근 사면이 지목됐다.

특히 위 조사에서 B등급을 받았지만 구평동 붕괴 사태처럼 성토재료가 불확실한 서구 예비군 훈련장은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구 예비군 훈련장은 배수시설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하구 구평동 붕괴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수행한 용역에 따르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부적합한 성토재료(석탄재)로 지적됐다. 1980년대에 사면 바로 위 연병장을 조성할 당시 항공사진을 보면, 붕괴된 사면 바로 위 연병장이 생기면서 해당 사면이 성토된 것으로 부산시와 사하구는 추정하고 있다.

추후 부산시는 용역결과를 토대로 사면 등급에 따른 관리 방안과 보수 공사에 대한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남은 용역 기간에 A등급을 받은 지역 중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곳에 대해선 정밀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이번 용역 결과에 따라 보수 방법 등을 결정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사면을 최대한 보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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