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양교육문화법, 해양문화 창달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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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철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대한건축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 회장

올해도 어느덧 7월인데, 코로나19는 일반적인 시간관념을 잊게 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하다. 꺾일 기미가 없으니 장기전에 대비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지난 20대 국회는 싸움이 잦아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으나 어수선한 코로나 시국에서도 해양 관련법 하나를 처리해 그나마 다행이다. 2월 18일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 활성화에 관한 법률(해양교육문화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 2월 19일 시행된다.

해양교육문화법 제정은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 활성화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 해양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 및 인재 양성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또 해양문화를 창달해 국가의 해양역량 강화와 사회 발전,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한다는 목적이다. 이 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 활성화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해양교육문화심의위원회를 두고, 위원회 심의를 거쳐 5년마다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해양의식 부족해 아쉬운 경우 많아
해양교육·해양문화 활성화 법 제정
바다에 대한 이해도·친밀감 높이고
해양문화 발달한 해양강국 만들길

해양교육문화법은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해양에 대한 교육을 위해 교육센터를 설치하거나 해양교육시설과 해양교육단체 중에서 해양교육센터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별 해양교육을 지원하는 지역해양교육센터도 지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시·도별 해양교육 지원을 협의하는 지역해양교육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게 된다. 해양교육문화법은 해양문화 관련 자산과 자료를 발굴·수집·보존하는 한편 이에 대한 번역·출판과 정보화 등의 방법을 통해 국민이 해양 자산과 자료를 쉽게 이용토록 함으로써 해양문화를 확산한다는 규정도 담고 있다.

교육과 문화는 ‘하드 파워’인 산업을 부흥시키는 중요한 ‘소프트 파워’이다. 해양분야는 안타깝게도 그동안 이 사실을 간과해 왔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이 그렇다. 해운업이 기간산업이라는 인식이 부족해 단기적 경제논리에 의해 파산을 결정함으로써 수십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확보한 국제 뱃길을 우리 스스로 포기해 아쉬움이 크다. 이는 해양교육과 해양문화라는 소프트 파워가 미약한 데서 비롯됐다. 6월 말 정부의 3차 추경에서 위기에 빠진 해운·조선업을 지원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추가 출자 예산 3000억 원이 반영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단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영세 중소선사를 살리려는 사업 등의 예산이 지역구의 민원성 사업으로 인식됐다니 통탄할 일이다.

그래서 해양의식을 키우는 교육이 시급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 정규 교과과정에 해양교육은 없다. 다만, 2019년 기준 273개 학교가 해양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돼 있으나 전국 초·중·고의 2.3%에 불과하다. 일부에서 청소년과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사회교육 차원의 해양체험 프로그램도 단편적이고 일회성이며 해양레포츠와 흥미 위주로 진행돼 아쉽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은 오래전부터 국가 주도로 체계적인 해양교육을 강화해 왔다. 늦었지만 해양교육문화법이 제대로 시행돼 해양분야 소프트 파워가 배가되기를 원한다.

해양체험은 종목이나 내용에 상관없이 많이 하면 할수록 해양에 대한 친밀도를 높인다. 어릴 때 부산 송도 앞바다에서 낚시를 하고 여름방학에는 친구들과 자주 해운대까지 가서 물놀이를 한 기억이 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자연스럽게 바다와 친숙하게 지낼 수 있었다.

2008년 호주 골드코스트의 그리피스대 방문교수로 있으면서 이 나라가 수영 강국인 이유를 알게 됐다. 국내 학교 운동회의 주종목은 달리기인데, 호주는 운동회를 수영으로 하고 있었다. 현지 대학생들이 수시로 파도 상황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서핑에 좋은 조건이 되면 지체하지 않고 바다로 달려가는 광경을 많이 봤다. 귀국한 뒤 해안도시의 학교가 수영과목을 도입하면 좋겠다고 자주 언급했다. 올해 물에 뜨서 생명을 지키는 ‘생존수영’의 초등학교 수업이 의무화된 만큼 물이나 바다와 친숙한 환경이 조성되고 해양에 대한 친밀성과 이해도가 커지길 희망한다. 부산 송정해수욕장의 서핑 등 해양체험 기회도 늘어나길 바란다.

해양수산부가 운영하는 ‘해양한국발전프로그램’의 7개 권역별 사업단 중 영남씨그랜트사업단 단장을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맡아 지역 초·중·고 학생에게 다양한 해양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 적이 있다. 당시 ‘선장과 함께하는 후릿그물 체험’ ‘해녀들이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 ‘부산 이기대의 바다 선물’ ‘해양보호구역 오륙도의 비밀’ 등으로 구성된 해양교육에 참가했던 많은 학생들이 해양을 친근하게 여기며 해양문화 확산에 이바지하는 해양인재로 성장했을 것으로 믿는다. 해양교육문화법이 우리나라 해양문화를 창달하고 세계 최고의 해양 소프트 파워 국가로 발전시키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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