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마철 폭우 피해 속출, '위험한 주거지' 안전 대책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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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장마철 기상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12~14일 사흘간 부산지역에서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쏟아진 장맛비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도로나 주택 침수와 가옥 붕괴 사고가 발생한 곳이 속출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안겼다. 12일 밤과 13일 새벽 사이에는 강풍까지 동반한 폭우가 내려 간선도로와 이면도로, 골목길 등지에서 가로수가 뽑히거나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는 피해도 잇따랐다. 특히 부산에 호우경보가 내려졌던 10일 낮에는 집중호우로 인해 동천이 범람하며 인근 남구 문현동, 동구 범일동, 부산진구 범천동 일대 저지대 아파트와 주택가, 상가에 침수피해가 났다. 침수된 차량만 270대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해·재난 예방이 매우 중요해진 시기다.

잦은 집중호우에 침수·붕괴 잇따라
재해 우려 지역 많아 대비 철저해야

매년 장마철 직전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침수피해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대비책을 세웠다고 홍보하는 게 연례행사가 됐다. 상습 피해지역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와 예방대책도 쏟아진다. 반면에 장마철 집중호우 피해는 대비책을 비웃으며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비 피해의 반복은 그만큼 예방이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제는 여름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언제 어디서 예고 없는 큰 재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아열대화 등 기후변화에 따라 국지성 집중호우와 슈퍼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동천의 범람은 이번이 처음일 만큼 예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당시 곳곳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이 사람 허리까지 차올라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위급한 상태에서도 남구 외에는 부산시와 인근 지자체들이 재난 문자조차 발송하지 않아 피해 규모와 시민 불편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예측불허의 자연재해는 피할 순 없어도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현장 중심의 재점검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방심하면 피해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이 뻔하다.

부산시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과거 붕괴 이력이 있거나 경사면을 보호하는 시설물 등이 없음에도 안전관리 체계 안에 포함되지 않은 주거지 98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3일 사하구 구평동에서 일가족 등 4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한 산사태와 같은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것이다. 토사 유출 우려가 크고 축대 붕괴 위험이 충분히 예상되므로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확실한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밖에도 고지대와 경사가 심한 곳에 지어진 노후 건물이 수두룩한 부산이기에 만반의 대비가 있어야겠다. 침수나 붕괴 우려가 있는데도 무시되거나 미처 복구가 완료되지 않은 채 수해에 노출된 곳은 없는지 늘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장맛비와 집중호우에 피해를 볼 것이란 사실을 알고도 뒤늦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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