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내뱉는 ‘비속어’ 친구들 마음 멍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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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 한 부산일보 청소년 기자(남산중3)

남산중학교가 실시한 비속어 사용 설문조사에서 학생 응답자의 45%가 ‘장난’으로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언어라는 찬사를 듣는 우리말의 오염이 심각하다. 청소년이 무심코 내뱉는 비속어 때문이다. 부산 금정구 남산중학교는 최근 청소년들의 비속어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3학년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학생들은 비속어를 쓰는 이유로 ‘장난’(45%), ‘화가 나서’(22%), ‘습관이 되어서’(12%), ‘멋져 보이려고’(7%), ‘기타’(4%) 등을 꼽았다. 특별한 이유보다는 그냥 자신의 감정을 순간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으로 비속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속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친구간의 관계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사용자 본인의 정서 발달에도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남산중, 청소년 비속어 실태 설문
‘장난삼아’ 45%, ‘화가 나서’ 22%
친구 관계에 악영향, 사용 줄여야

비속어는 듣는 사람의 ‘감정의 뇌’를 자극하여 불쾌한 감정을 갖게 하며, 이성적 판단을 억제하여 분노조절 능력을 잃게 할 수도 있다. 또한 욕설을 하는 사람의 마음도 편치 않다고 한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하지만 내뱉고 나서는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욕설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로 인식된다는 것 또한 문제이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무심코 비속어를 쓰기도 한다는 남산중 3학년 류 모 학생은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날 때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비속어를 쓰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는 욕설을 들으면 나 또한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좀 더 노력해야겠다”며 비속어 사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처럼 우리말의 오염을 줄이고 친구들과의 좋은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비속어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말을 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하고 다함께 모인 자리에서 욕설을 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학교에서는 의도적으로라도 비속어 사용을 금지하고 고운 말을 쓰도록 하는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남산중 학생회는 비속어 대신 바른말 고운말 사용을 제안하는 UCC(영상물)를 제작하여 유튜브에 올릴 예정이다. 사회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남산중 김상희 교사는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욕설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고민하고 개선하려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며 설문조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학생회의 이번 설문조사와 영상 제작이 남산중 학생들의 바른말, 고운말 사용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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