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석 ‘환호’서 180도 ‘위기’로 뒤바뀐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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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총선 압승의 환호성도 잠시,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당 소속 인사들의 비리·추문에 더불어민주당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대책,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등 정책적 악재들도 쌓이면서 ‘코로나19’ 이후 굳건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도 ‘데드크로스’(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것) 직전까지 하락 중이다. 13일 고소인 측의 기자회견으로 ‘발등의 불’로 떨어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후속조치 등에서 민주당의 대응이 미진할 경우 당의 위기국면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 압승 이후 비리·추문 ‘릴레이’
부동산·인국공 논란 등 민심 이반 속
박원순 성추행 의혹은 치명적 악재
공수처 출범 등 국회 운영 차질 불가피
文 대통령 지지율도 48%대로 급락

민주당을 둘러싼 악재는 4월 총선 압승 직후부터 계속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4월 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이후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윤미향, 양정숙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고,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의 250억 원 규모 임금체불 논란 등 각종 의혹이 더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수천억 원대 피해가 예상되는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한 권력형 비리 의혹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앙 정치권뿐만 아니라 민주당 소속 지역의회 의원들의 볼썽사나운 추문도 잇따르고 있다. 이동현 부천시의회 의장이 은행 현금인출기(ATM)에서 다른 이용자가 놓고 간 현금 70만 원을 가져가 절도죄로 기소됐고, 전북 김제시의원 A 씨는 동료 여성 의원과 부적절한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전국적으로 망신을 샀다. 여기에 민주당 부산시당이 13일 사하구의회 B 의원을 당론 위반 등으로 제명하는 등 광역, 기초의회 원구성을 둘러싼 내분도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정책 실패 논란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6·17 부동산 대책으로 촉발된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불신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에 대한 인책론 등으로 확산되고 있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은 20·30의 민심 이반을 불렀다.

각종 악재 속에 ‘불 끄기’에 분주하던 민주당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및 성추행 의혹은 치명적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또다시 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추문이 불거지면서 민주당의 정국 운영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난 달 17개 상임위원장을 자당 의원으로 선출하고, 35조 규모의 3차 추경안도 단독으로 처리하는 등 거여(巨與)의 힘을 과시했지만, 싸늘해진 여론 속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국회 일정이 민주당의 스케줄대로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당장 박 시장 사태와 관련한 민주당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이해찬 대표가 처음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민주당은 박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의혹도 사실상 종결됐다는 분위기다. 진성준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사가 이뤄질 수 있겠지만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분이 타계한 상황에서 진실이 드러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고, 노웅래 의원은 “고인은 죽음으로 모든 것을 말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시장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피해 고소인에 대한 비난과 2차 가해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 “향후 당 소속 고위공직자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 차원의 성찰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미스터 쓴소리’ 김해영 최고위원에게는 강성 지지층의 제명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친문(친문재인) 저격수'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이 엉뚱하게 피의자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워 자기 편의 비위를 덮고 윤리적 곤경을 피해 가려 한다”며 “윤리적 위기 사태를 공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해결한다는 생각이 없고 당리당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처리하려 하니 매번 불필요한 충돌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7월 2주 차 여론조사(전국 유권자 2515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8.7%로 전주 대비 1.1%P 떨어져 3월 3주 차 조사 당시 49.3% 이후 16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부정 평가는 1.0%P 오른 46.5%로 조사돼 역시 3월 3주 차(47.9%) 이후 가장 높아지면서 긍정, 부정 평가가 16주 만에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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