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주워 온 돌 하나 때문에 / 신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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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리뇌조가 사라진 숲이 온전치 않듯

그 바닷가에서 주워온 돌 하나 때문에

아담한 해변에 부는 바람이 예전만 못 할 것이다

해변의 길이도 그만큼 줄었을 것이며

몽돌 구르는 소리도 어딘가 좀 헐거워져 있을 것이다

수심 조금 더 깊어지고

수온도 남몰래 떨어졌을 것이다

포구의 작은 불빛은 더 한적해졌을 것이고

이쁜 밤 풍경도 왠지 좀 달라져 있을 것이다

멀리 있는 계단식 논을 미처 오르지 못한 파도 소리

무엇보다 모래 해변이 되는데 백 년쯤 더 늦어질 것이다


-신정민 시집 중에서-


거제도 몽돌해변에서 작은 돌 하나 주머니에 넣어 온 기억이 있다. 앙증맞게 이쁘기도 했지만 금기를 깨는 은밀한 쾌감이 있었을 것이다. 작은 돌 하나 주워오는 것에도 혁명의 피를 느낄 만큼 우리는 제도권의 법칙에 익숙해져 있다. 자연의 법칙이라면 목도리 뇌조가 사라진 숲은 머지않아 새로운 질서를 찾을 것이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몽돌이 달그락거리는 해변, 시인은 주워온 돌 하나만으로도 지구가 걱정되는데 바다가 많이 아프다. 인간의 버린 산업 폐기물로 고통받는 바다. 이제 주워오는 것 보다 버리는 것에 더 소심해져야 할 때가 왔다.

김종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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