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열에 아홉 “학생 졸업앨범 속 내 사진 꺼림칙하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학생 졸업앨범에 교사 사진 꼭 실어야 하나요?”

부산 지역 교사 10명 중 9명은 졸업앨범에 사진 등 교사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같은 사이버 성범죄가 늘어나는 데다 온라인상에서 이미지가 도용되고 품평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 ‘불안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부산교사노조 1035명 설문
91.6% “사진 제공하는 데 반대”
“범죄 악용 소지 커 불안하다”
“교사 동의 받아야” 지침과 달리
93.8% “사전 동의 없었다” 응답

부산교사노조는 “10일부터 15일까지 부산 지역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졸업앨범 제작 시 교직원의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035명 중 948명(91.6%)은 2020학년도 졸업앨범에 개인정보(사진)를 제공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사진 등 제공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8.3%에 불과했다.

윤미숙 부산교사노조 위원장은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졸업앨범이 스토킹이나 사기 등 심각한 범죄에 이용될 소지가 크다”면서 “게다가 최근 온라인수업 기간 교사를 직접 만나지 못하는 일부 학부모나 학생들이 졸업앨범에서 교사 사진을 구해 돌려 보고 외모 품평을 하거나 사진을 맘카페 등에 올린 사례가 적지 않아 교사들의 불안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설문조사 서술형 답변을 보면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졸업앨범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꽤 많았다. 불가피하다면 졸업 학년에 해당하는 교사 사진만 올리거나 단체 사진 등으로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또한 노조 설문 결과를 보면, 졸업앨범 제작 시 교직원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를 받지 않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지난해 졸업앨범 제작 시 교직원의 동의를 받고 제작했다고 답한 경우는 6.2%에 불과했고 동의를 받지 않고 제작했다고 응답한 경우는 93.8%에 달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하지 않은 교사가 교장, 교감 등 관리자에게 불려 가 혼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현행 교육부 지침상 졸업앨범에 교직원의 개인정보를 포함시키려면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따라 정보주체인 교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이를 위반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한 경우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윤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교육부가 졸업앨범 제작 시 교사들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를 받으라고 공문을 내려보냈지만 부산시교육청이 이를 각 학교로 공문을 보내지 않고 단순히 공문 게시판에만 올려 대부분의 교사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졸업앨범 교사 사진 게재와 관련해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김연수(48·부산 연제구) 씨는 “평생 간직하게 될 졸업앨범인데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생활한, 그래서 많은 추억이 있는 교사 사진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장은민(44·부산 북구) 씨는 “사진이 범죄에 도용될까 불안해하는 교사들의 심정이 이해되고, 이제 시대가 많이 바뀐 만큼 졸업앨범 형식에 대해서도 다시 논의를 해 볼 시점이 된 것 같다. 앞으로는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