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늦은 밤과 새벽에 ‘스텔스 주취자’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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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대관령의 한 도로에서 인근 주민들이 잠을 자고 있다. 부산일보 DB

“덥다고 도로에 누워 있으면 큰일 납니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스텔스 보행자’에 대한 주의가 높아지고 있다. 스텔스 보행자는 주로 술이나 약물 등을 복용한 뒤 도로에 누워 있는 보행자를 말한다.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처럼,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만취로 ‘노상 취침’ 참변 잇따라
부산서 5년간 24명 차량에 숨져
운전자 ‘시야 사각’ 밤·새벽 빈발

지난 7일 오전 7시께 부산 사하구 다대동 한 이면도로에서 3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에 A(19) 군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A 군은 사고 당시 술에 취해 주택가 이면도로에 누운 채 잠들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승용차 운전자가 도로에 누워 있는 A 군을 보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오후 9시 20분께 한 북구 구포동 도로 1, 2차로에 걸쳐 누워 있던 60대 남성이 지나가던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5년(2015~2019년) 동안 부산에서 총 24명이 스텔스 보행자 사고로 숨졌다. 야외 활동이 빈번한 여름철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사고가 몰렸다. 실제로 전체 사망자 중 10명이 7~9월에 숨졌다. 또 14명이 오후 8∼10시와 오전 4∼6시에 숨졌다.

여름철에는 많은 시민이 더위를 피해 야외에서 술을 먹은 후 도로에서 정신을 잃거나 잠이 드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빈발한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또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에는 운전자가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특히 조명이 없는 어두운 곳에선 누워 있는 보행자를 쉽게 발견하기 힘들다.

부산경찰청은 스텔스 보행자 사고를 막기 위해 9월까지 사고 예방 활동에 나선다. 경찰은 심야와 새벽 시간 사고가 많은 유흥가 등을 중심으로 도로 순찰을 강화하고, 신고 접수 때 신속하게 출동해 스텔스 보행자를 귀가시킬 계획이다. 가로등이 어둡거나 가로수가 우거진 도로에서는 지자체와 협조해 조명을 밝게 하거나 가로수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름철이 되면서 야외 활동이 늘어나 스텔스 보행자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사고 발생 시 사망사고로 이어져 운전자에게도 큰 위협이 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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