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30. 혼네(HONNE) 정규 앨범 ‘no songs withou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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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네(HONNE)는 2014년 런던에서 결성된 영국 일렉트로닉 듀오입니다. 제임스 해처(James Hatcher)와 앤디 클러터벅(Andy Clutterbuck)이라는 두 사람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그리고 싱어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들은 데뷔 초부터 특히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데요. 혼네의 첫 내한 공연이 단숨에 매진되었다고 했을 때 저는 이들의 음악을 무척 좋아하는 팬이었음에도 ‘벌써 이렇게 국내 팬들이 많아졌다고?’라며 제 귀를 의심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이들의 팬덤은 무척 빠른 속도로 조용하지만, 크게 형성되었지요. 국내 유명 음악 페스티벌과 공중파 TV에 출연하고 한국에서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만큼 이들의 국내 팬들과 교류는 다른 어느 도시나 국가보다 뜨거웠습니다. 특히 방탄소년단과 두 번의 협업을 통해 이들의 명성과 음악은 더욱 화제가 되었지요.

그래서일까요. 너무 멋진 음악을 선보이는 음악가들이지만, 한편으로는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입맛에 맞는 음악을 향해 본인들의 음악을 너무 조율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혼네는 한동안 상당히 멋지고 참신한 음악을 하는 팀이었음에도 마치 차트에서 들리는 전형적 유행가를 만드는 서양 태생의 음악가처럼 다가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들이 새 음악을 내놓아도 예전만큼 관심을 두지 않기도 했지요.

이번 달 혼네는 세 번째 정규 스튜디오 앨범 ‘no songs without you’를 발매했습니다. 이 앨범을 듣는 순간 제가 그동안 이들을 오해하고 있었구나라는 미안함과 함께 이 놀라운 음악에 경외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과거 팝 장르와 빈티지 사운드를 현시대에 맞게 탈바꿈시키며 새 유행을 만든 뮤지션들은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번 음반은 이런 유행과 시대의 흐름에 마침표를 찍는 듯합니다. 과거와 미래의 경계에서 혼네는 ‘이런 음악을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어!’라고 외치는 듯 혼네표 음악이라는 새 수식어가 생길 수 있을 만큼 독자적이고 완벽한 음악을 들려줍니다. 저는 이번 음반이 그들이 이 시대에 던지는 새로운 발라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음악 템포는 차분하고 한결같으며 이 음반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이룹니다. 거기에 더해지는 멜로디는 정말 걸출한데요. 전작들보다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이들의 멜로디 라이팅이지요. ‘이번 앨범보다 더 멋진 멜로디의 후속작이 나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만큼 말이에요. 이 멜로디를 감싸는 아날로그 시대 팝의 흔적은 단순히 아티스트의 취향을 넘어서서 완전한 혼네만의 사운드로 탈바꿈하며 독보적 색채를 들려줍니다. 인트로 트랙 ‘Dear P’ 그리고 이어지는 동명 타이틀 ‘no songs without you’가 재생되는 순간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 이 음악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만큼 낭만적이고 흡입력 강한 멜로디에 취하게 되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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