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 공표 기소유예” 찜찜한 울산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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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검이 23일 울산 경찰의 가짜 약사 사건을 둘러싼 피의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범죄사실은 인정되지만, 재판에 넘기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검찰은 ‘명분’을, 경찰은 ‘실리’를 가져간 절충안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지검 형사4부는 이날 “약사법 위반 등 사건의 공소 제기 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한 울산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가짜 약사 구속” 보도자료 관련
울산지검, 경찰 2명 기소유예
재판 면했지만 범죄 사실은 인정
무혐의 기대한 경찰 신뢰도 타격


검찰은 “기소 전 사건 공보는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고, 기소 전 공표가 불가피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공보과정에서 내부규칙이나 비례 원칙을 충실히 준수했다고 보기도 어려워 범죄가 성립한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이 사건 공보의 동기,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 위법성의 인식 정도 등 제반 정상을 참작해 기소를 유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아직 검찰로부터 어떠한 공식 통보도 받지 못했다. 결과를 받아 본 뒤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울산과 부산 등지에서 활동한 가짜 약사 사건을 처리하며 ‘약사 면허증을 위조한 피의자를 구속했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울산지검은 피의자가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경찰이 기소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계장급 한 명과 팀장 등 경찰관 2명을 입건해 수사해 왔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사문화된 피의사실 공표죄로 첫 기소하는 사례가 나올지 모른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죄로 피의자를 재판에 넘긴 적은 한 번도 없다.

경찰은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재판을 받는 것은 피했지만, ‘죄가 있다’는 뜻이어서 경찰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간 “본청 승인을 받고 국민 알 권리 보장과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가짜 약사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를 냈다”며 “(고래고기 사건으로)검찰에 반기를 든 울산 경찰만 콕 집어 피의사실 공표죄 카드로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반발해 왔다. 경찰이 피의사실 공표 건을 놓고 ‘죄가 있는지 없는지 다퉈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면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도 있다.

반대로 장기간 지속된 검경 갈등에 따른 피로도, 헌법소원 등으로 인한 또 다른 갈등 등을 우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찰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울산에서 불거진 검경 갈등이 봉합 수순으로 접어들지, 확산일로로 치달을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6일 고래고기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검사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불기소 의견으로 울산지검에 송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먼저 고래고기 사건을 포기하고 검찰에 손을 내밀면서 가짜 약사 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경찰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 꼴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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