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월동, 인권 유린 기억의 공간으로 재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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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동의 공익개발을 위해서는 완월동을 한국 근현대사의 트라우마로 인식하고 이를 시민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구 단위가 아닌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완월동 폐쇄를 전담으로 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 대책위’는 28일 오후 2시 부산 유라시아 플랫폼에서 부산 완월동 폐쇄와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제1회 ‘완생’(완월동을 다시 생각하다)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사)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송경숙 센터장, 부산연구원 박상필 연구원,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이 발제자로 참여해 완월동 공공개발의 방향과 방법을 제시했다. 이는 완월동 폐쇄가 진행된 후 처음으로 전문가들이 재생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공익개발추진위 제1회 포럼
부산연구원·참여연대 등 발제
역사 아카이빙·문화재 지정 제안
공공성 추구 민관협력체 주장도




부산 완월동 폐쇄와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제1회 ‘완생’(완월동을 생각하다) 포럼이 28일 오후 부산역 유라시아 플랫폼에서 열렸다. 오른쪽은 완월동 일대.  강원태 기자 wkang@

먼저 완월동을 단순한 불법 성매매 현장이라는 인식을 넘어 한국 근현대사 상처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송 센터장은 “전주 선미촌과 마찬가지로 완월동은 일본이 유곽을 한곳에 모아 관리하기 위해 만든 집창촌이다. 이는 곧 우리의 상처이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기억을 해야 한다”며 완월동 역사 아카이빙을 제안했다. 송 센터장은 그 예로 선미촌에 조성된 ‘시티가든-기억공간’을 예시로 들었다. 선미촌 시티가든은 전주시가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을 주민 품으로 돌려주겠다며 시작한 문화재생사업의 일환으로 2곳에 1억 5000만 원을 들여 조성했다. 시티가든에는 1990년대 당시 성매매 장소로 사용됐던 방 한 칸을 그대로 보존해 뒀다. 송 센터장은 “이러한 공간들을 남겨두면 우리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시민들과 함께 완월동 재생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발간된 부산연구원의 <완월동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1916년 매춘관리법을 발표해 조선 각지마다 다른 매춘관리법, 용어 등을 통일해 효율적으로 성병을 예방하고 매춘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관리, 통제했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안락정이라는 최초의 유곽이 부산에 들어서면서 부산 곳곳에 유곽이 하나둘씩 생겼고, 일본은 풍기단속을 명목으로 1916년 부산 곳곳의 유곽을 한데 모아 현재 서구 충무동 성매매 집결지에 ‘공창’을 만들었다. 일본이 만든 공창이 생기기 전까지는 한반도에는 불특정 성 구매자를 상대로 한 집결지 형태의 성매매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완월동 거리와 건물들을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가기록원의 사진을 비교하면 완월동은 100년 동안 시간이 멈춘 곳이나 마찬가지다. 1916년 완월동 가로구획은 현재 완월동 구획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고, 건물의 높이만 3층에서 7~8층으로 달라졌다. 이 길 자체가 하나의 ‘네거티브 헤리티지’(Negative Heritage·부정적 문화유산)인 것이다.

박 연구원은 “이곳은 여성의 인권 유린 공간이다. 치유와 반성의 숙제가 완월동에는 남아 있다”며 “이곳을 아파트나 상업지역으로 개발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방법으로 박 연구원은 완월동 건물의 점진적 매입을 제시했다. 박 연구원은 “건물 한 채를 매입해 다른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현재 완월동의 분위기와 카르텔에 금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안들을 공공성을 살려 진행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협력체를 만들어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양 사무처장은 제안했다. 북항재개발의 경우 민관 협력체가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해 북항 내 시민들을 위한 공원녹지 공간 확보와 복합도심지구의 이동 등의 성과를 이끌어 냈다. 이를 교훈 삼아 완월동도 민관이 대화 테이블을 만들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공익’ 개발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사무처장은 “민관 협력체가 사업의 진행 과정과 사업이 마무리된 후에도 관리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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