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팬들, 비에 젖은 사직야구장 달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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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올 시즌 처음으로 관중 입장이 허용된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

그동안 수도권 원정 6연전을 마치고 돌아온 롯데 자이언츠가 NC와 KIA 타이거즈를 사직야구장으로 불러들여 28일부터 홈 6연전에 돌입했다.

28일 사직야구장이 처음 열리자 목말랐던 롯데 팬들은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도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경기 시작에 앞서 오후 4시 이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 팬들은 비를 맞아 가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28일 관중 1000여 명 첫 입장
오후 4시 이전부터 빗속 대기
코로나19로 ‘사직노래방’ 불방
타월로 ‘사직 타오른데이’ 진행
‘봉다리 응원’ 환경 문제로 자제
허 감독 “관중 앞 진짜 데뷔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관중 입장을 허락한 지 2주 차지만, 사직야구장 유관중 경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롯데 팬과 함께하는 ‘찐 프로야구’가 시작된 것이다. 사직야구장에 들어선 팬들은 마스크를 쓰고 서로 거리를 둔 채 NC와의 ‘낙동강 더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빗장을 푼 사직야구장은 ‘뉴노멀’ 시대에 맞게 변했다. 우선 좌석은 2만 4500석 중 경기장 수용 인원의 10%만 열렸는데, 이날에는 1000여 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기존 자유석이었던 외야는 지정석 운영을 준비하기 위해 닫아 놓았다.

화장실, 매점 등 사람이 몰릴만한 곳에는 코로나19 관련 위생 수칙을 강조하는 문구가 부착됐다. 입장객은 대폭 줄었으나 경기 운영요원 숫자는 그대로였다. 28일 최대 50명의 인력이 배치돼 관중들의 지침 준수를 당부했다.

하지만 ‘사직 노래방’은 가동되지 못했다. 비말을 통한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관중석의 육성 응원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롯데 김종호 마케팅팀장은 “지난 26일 고척 키움전에서 육성 응원에 관한 우려가 나온 것을 알고 있다. 조지훈 응원 단장과 이야기해 자제하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응원 타월을 활용한 ‘사직구장 타오른데이’ 응원 이벤트가 진행됐다. ‘타오른데이’는 응원 도구로 활용되는 ‘타월’과 자이언츠의 열정과 근성을 담은 ‘불타올라라’의 합성어다. 기존 프로축구 K리그에서 흔히 사용하는 머플러 형태의 빨간 수건을 펼치고 흔들면서 응원했다. 롯데는 타월 응원을 위해 6연전 동안 1만 5000장의 타월을 무료로 배포한다.

조지훈 응원단장은 “팬들의 협조로 혼자 박수치고 큰 동작과 눈빛 교환만으로 응원하는 장면들이 나왔다”면서 “당분간 이런 응원 문화가 정착돼야 더 많은 분이 야구장에 올 수 있고, 정상 관람할 수 있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7회 이후 주황색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던 소위 ‘봉다리 응원’도 사라졌다. 사직에서만 볼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지만, 지역 환경 보호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로 했다.

허문회 감독도 관중들 앞 진짜 데뷔전을 치렀다. 허 감독은 “선수뿐만 아니라 나 역시 관중이 들어오길 바랐다. 아무 탈 없이 시즌이 진행돼 다행이고, 앞으로 찾아 주실 팬들께도 감사하다”며 “선수들이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더 나은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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