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조선기자재 대출’ 700억 중 193억만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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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부산 조선기자재업체를 둘러본 뒤 업계를 돕는 금융 프로그램을 신설했지만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의 주력 산업인 조선기자재업을 영위하는 업계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심각한 일감 부족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 대한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은커녕 기존 지원제도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10월 조선기자재업계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1000억 원 규모(신용보증기금 700억 원, 기술보증기금 300억 원)의 ‘조선해양기자재 제작금융 특별대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해당 대출 프로그램은 조선해양기자재 업체의 수주 계약을 근거로 국책은행에서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장·단기로 특별대출하는 ‘제작금융’ 방식이다.

정부, 2018년 ‘제작금융’ 조성 현재까지 전체 실행률 40% 그쳐
신보, 신용등급 엄격하게 적용 ‘13등급까지 대출’ 지침 안 지켜

그러나 29일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이하 조선기자재조합)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이 특별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해 조선기자재업계에 지원금으로 대출된 자금은 69개 사 411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8개월이 되도록 대출 집행률이 40%를 겨우 넘어선 것이다.

대출 집행률이 낮은 이유는 신용보증기금에 있었다. 700억 원 규모 지원금이 책정된 신용보증기금의 실제 대출금액은 27개 사 193억 원에 불과했다. 집행률로 보면 고작 27.5%에 그친 것이다. 지원금 규모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0억 원인 기술보증기금의 대출금액 218억 원(42개 사)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조선기자재조합은 이처럼 신용보증기금의 대출 집행률이 저조한 이유로 지나치게 엄격한 신용등급 기준 적용을 지적하고 있다. 2018년 당시 해당 대출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취지는 어려움에 처한 조선기자재업체에 긴급자금을 수혈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신용등급이 다소 낮은 업체라도 수주 계약서만 있다면 그것을 보증근거로 삼아 적극적으로 대출을 실시하기 위해, 15단계 심사등급 중 열악한 13등급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정했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영업점 현장에서 13등급이 아닌 11등급 수준으로 지원대상 등급 기준을 임의로 높여 대출하고 있다는 것이 조선기자재협회와 업계 주장이다.

조선기자재조합 관계자는 “신보·기보별 기준이 달라 정확한 파악은 힘들지만, 부산의 중소 조선기자재업체 중 상당수가 심사등급 11~13등급 사이에 존재한다”며 “신보의 영업점 기준이 제작금융 프로그램 신설 취지와 달리 엄격하게 적용되면서 실제로 수주 계약서를 가지고도 대출이 거절된 업체가 부지기수”라고 밝혔다.

실제로 대출 심사에서 탈락한 A업체는 “수주 계약을 여러 건 따내고도 너무 엄격한 신용평가 때문에 대출 심사에서 탈락했다”며 “수주 계약을 근거로 대출하는 ‘제작금융’ 취지가 무색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조선기자재조합은 최근 ‘제작금융에 대한 신보의 심사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산업통산자원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최근 업계로부터 이에 대한 건의사항을 전달받고 무리한 심사기준에 의해 지원을 받지 못한 업체 사례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전달해 달라고 다시 요청했다”며 “해당 특별대출 프로그램 집행률이 낮은 이유는 단순히 과도한 심사기준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은 까닭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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