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본령은 환상 꿈과 희망 키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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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동화(판타지 동화)보다는 생활 동화가 많이 창작되고 읽힙니다. 그러나 동화의 본령은 환상 동화죠. 현실과 환상이 서로 스며들고 겹쳐지면서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 내는 환상 동화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올해 등단 44년을 맞은 김문홍(사진) 동화작가가 20번째 동화집 <얘들아, 선생님 오셨다>(해성)를 냈다. 등단 44년 만에 20번째 동화집을 냈으니 과작(寡作)이라 할 만하다.

이번 동화집에는 10편의 동화가 실렸다. 10편 동화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다룬 ‘생활 동화’, 아동에게 현실의 모순과 비리 등 어두운 면과 아픔을 전하는 ‘아동소설’, 현실에서 도저히 이뤄질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환상 동화’로 이뤄져 있다.

등단 44년 김문홍 동화작가
20번째 동화집 ‘얘들아…’ 발간
환상 동화 4편 등 총 10편 실어
동심 지닌 성인으로 독자 확장

이 가운데 환상 동화가 4편에 달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상상력을 자극하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환상 동화 4편은 전자오락실과 PC방이 들어서면서 이야기 할머니가 마을을 떠나는 내용인 ‘이야기가 사라졌다’, 숲속 동물들이 작고한 동화작가를 위해 음악회를 연다는 ‘얘들아 선생님 오셨다’, 로봇이 인간처럼 사랑을 느끼는 2112년 미래 사회를 그린 ‘사랑이 뭔데요?’, 경주를 배경으로 신라 40대 애장왕 재위 3년인 서기 803년과 오늘날 현실이 병치되는 ‘달밤과 눈보라’이다.

김 작가는 이번 동화집에서 노숙자의 고된 일상을 포착한 생활 동화 ‘민들레와 맨발’을 선보인다. 길고양이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담은 ‘길 고양이 도도, 밤을 누비다’와 ‘길냥이 도도, 느리게 걷다’도 소개한다.

1945년 해방을 앞둔 조선 독립운동가 집안의 모습을 담아낸 ‘눈 감은 채 아버지를 보내다’와 노동자 권리 향상을 위해 시위하는 조선소 용접공 삼촌을 조카의 시선으로 그린 ‘삼촌을 위하여’ 등 아동소설은 어린이들에게 역사와 현실을 보는 눈을 키워 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동화 작품의 대상을 어린이로만 한정하지 않고, 동심을 지닌 성인 독자까지도 확장했다. 이번 작품들을 읽다 보면 동화의 두 가지 기능인 재미와 교훈을 모두 느낄 수 있다.

부산 문단 원로인 작가는 후배들을 위해 동화에 대한 철학을 이렇게 전했다. “환상 동화는 쓰기가 어려워요. 생활 동화와 아동소설은 현실에서 글의 재료를 찾을 수 있지만, 환상 동화는 오로지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또 어린이들이 추리 동화, 모험 동화, 공상과학 동화, 역사 동화도 즐겨 찾는데 작가들이 이런 류의 동화도 많이 썼으면 좋겠어요.”

부산교대를 나온 작가는 30여 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작가는 1976년 <소년중앙> 동화 부문 당선으로 등단했다. 또 같은 해 김동리 소설가가 발행한 <한국문학> 창간호의 제1회 중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고, 한국문인협회의 <월간문학>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현재 동화, 소설, 희곡, 연극평론, 영화평론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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