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박물관 선사실 ‘눈높이’ 맞춰 재오픈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두 달간 공사를 거쳐 전시 진열장에 입체감과 색채감을 더한 부산박물관 선사실.

부산박물관 선사실이 입체적 전시로 면모가 크게 달라졌다. 2달간에 걸쳐 전시 내용과 기법에 많은 변화를 준 결과다. 이전에는 유물을 진열대 위에 나열했었는데 지금은 눈높이의 벽면 전시를 많이 구사했다.

1억 투입, 7년 만에 전시 방식 변경
테마전 ‘부산, 그 역사의 시작’ 개막

부산박물관은 선사실 재오픈과 함께 4일 테마전 ‘부산, 그 역사의 시작’을 개막했다. 부산 구석기 시대부터 삼한 시대까지, 대략 1만 7000년 역사를 농축한 테마전이다. 4일 둘러본 선사실은 아늑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전시실과 진열대 전체 색감이 이전 회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검은색 주조이지만, 청동기 시대 붉은간토기 전시대는 토기 색감이 도드라지도록 바탕을 보색인 녹색으로 깔아 놓기도 했다.

전시 기법에서는 영상과 그림을 적절히 활용했다. 신석기 시대 사람들의 해산물을 채집하는 모습, 장신구를 달고 있는 모습, 가덕도 장항 유적에서 조개 장식으로 덮여 매장된 모습 등이 눈높이 벽면에 그림과 유물로 전시돼 있다. 이현주 부산박물관 전시운영팀장은 “유물들이 누워 있다가 입체적으로 세워졌으며, 진열장에 나름대로 색을 많이 썼다”고 했다.

테마전 ‘부산, 그 역사의 시작’을 보면 부산은 구석기·신석기 시대부터 ‘바다 도시’였다. 석기 시대부터 부산에 살던 사람들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일본과 교류했는데 이 지리적 조건이 ‘해양수도 부산’ 지역성의 골수에 해당할 것이다. 청동기·삼한 시대에 와서는 바다에서 수영강과 온천천 수계로 삶의 터전이 이동하는데 그 집단들의 강역이 서서히 ‘동래’로 자리 잡아 갔던 것이다.

이번 테마전의 가장 큰 특징은 근년에 발굴한 온천동(청동기), 노포동(삼한) 유적의 출토 유물이 업데이트 전시됐다는 점이다. 온천천 변에 살던 청동기 사람들의 분묘 지역으로 2018년 발굴된 온천2구역 청동기 유적의 유물은 부산에서는 귀한 청동기 시대 완제품 유물이다.

돌을 날카롭게 다듬고 흙으로 그릇을 빚으며 갖가지 문양을 새긴 이들이 남겨 놓은 1만 5000년간의 흔적, 또 무른 청동 금속에서 더 단단한 철 금속으로 나아가면서 사회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갔던 집단들이 땅속에 남겨 놓은 기록 이전의 기록. 그것들이 부산 지역사의 저 아득한 앞부분을 응집해서 보여 준다.

부산박물관의 선사실 전시 방식을 바꾼 것은 7년 만이고, 박물관 벽면의 단열 공사를 포함해 예산은 1억 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이며 관람은 인터넷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글·사진=최학림 선임기자 theos@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