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지심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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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섬은 총 3348개(2018년 기준)다. 사람이 사는 유인도가 472개, 무인도는 2876개로 전체의 86%이다. 배가 다니지 않는 섬이 많고, 선착장이 없어 배를 댈 수조차 없는 곳이 부지기수다. 단순 계산으로 매주 1곳씩 간다고 쳐도 64년이 걸린다. 현실적으로 다 가 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사람이 사는 가장 큰 섬은 거제도. 부속 섬이 73개에 달하지만 유인도는 10곳이다. 유인도 중 하나인 지심도가 시끄럽다. 원시 동백 숲으로 유명한 지심도 원주민 15가구 30여 명이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지심도를 둘러싼 행정과 주민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란다. 관광섬 개발을 위한 원주민 이주 문제를 놓고 논란이 증폭되자 보다 못한 국민권익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했고, 거제시는 지심도 내 ‘불법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섬을 찾는 관광객의 안전과 위생 그리고 섬의 보존을 위해 불법은 반드시 개선하고, 상식과 원칙에 입각한 명품 섬 조성사업을 통해 시민 모두의 품으로 돌려놓겠다”고 밝혔다. 현재 거제시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심도 개발·운영계획 수립 및 공원계획(변경) 연구용역’을 시행 중이다.

변 시장 말처럼, 섬을 찾는 관광객의 안전과 위생이 중요하다. 불법도 개선돼야 한다. 다만, 변 시장에게 묻고 싶다. ‘명품 섬’은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지. ㈔섬연구소가 낸 성명처럼 “섬 주민들과 공존하는 개발이 아닌, 관광 개발을 위해 주민들을 쫓아내는 가장 후진적인 행정을 하려”는 건 아닌가 하고. 지심도 주민들도 일부 실정법을 어긴 것은 인정한다. 거제시는 이를 알면서도 지금까지 묵인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양성화 방법을 찾기보다 앞으로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다. 저의가 의심스럽다.

광주전남연구원이 내놓은 분석이 흥미롭다. 섬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경제적·지정학적 가치 외에 생물다양성과 문화 다양성, 그리고 ‘사회적 자본’인 마을공동체, 마을 축제, 마을 음식, 마을 숲 등이라고 한다. 섬에 대한 개발과 보존 방안, 활용 방법을 찾을 때 주민 삶의 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다. 불편한 섬 생활을 감수하면서 오랫동안 섬을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예의다. 거제시민은 아니지만, 섬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바라보는 지심도 갈등은 너무나 안타깝다. 내가 그 섬에 가고 싶은 이유는, 섬 풍경 못지않게 사람 때문인 것을.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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