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은 ‘미적’ 팽창은 ‘속도’, 수도권만 챙기는 정부·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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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부동산발 위기 타개를 위해 행정수도 이전·공공기관 추가이전 등 수도권 기능의 ‘분산’ 정책과 집값 폭등세를 막기 위한 대규모 주택 공급 등 ‘팽창’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분산 정책은 제도적 난제, 야당의 반대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반면, 확장 정책은 상대적으로 추진 여건이 용이하다는 점에서다. 지역에서는 두 정책 간의 이행 불균형으로 인해 오히려 국가균형발전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행정수도 이전’ 내부 논란 여전
공공기관 추가 이전 진도 못 내
‘서울 주택 공급 확대’ 신속 추진
“균형발전 실행 없인 실패” 지적



더불어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연말 정기국회 전까지 이전 방식을 확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관련 태스크포스팀(TF)을 연일 가동하는 등 여론전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내부에서조차 △개헌 △특별법 △국민투표 등으로 이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문제는 그 어느 방법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어려워 보이지만, 여권발 행정수도 이전을 ‘부동산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꼼수’로 규정한 미래통합당은 전혀 호응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당정이 5일 부동산 관련 입장을 잇따라 밝혔다. 왼쪽부터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부동산 대책 당정 협의 내용을 브리핑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부동산 태스크포스 단장.  연합뉴스


공공기관 추가 이전 역시 진도가 더디다. 일단 민주당 내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원들 간의 입장 차가 뚜렷해 보인다. 부산·울산·경남(PK) 등 비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은 이전 대상 기관을 공공기관은 물론 공공기관 출자 기업들까지 최대한 확대해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고 시기도 연내에 배치 지역까지 결정하자는 입장이지만, 당의 주류인 수도권 의원들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가 행정수도 이전과 달리 공공기관 추가이전 TF를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정부 부처에 맡긴 것도 추진 의지에 의구심을 더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대부분 부처 소속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직접적인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 부처가 과감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여권은 전날 발표한 서울권역 13만 2000호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후속 논의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은 원활하게 주택 공급 방안이 진행되도록 지방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며 “당과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주택공급정책협의회를 구성해 공급 문제를 밀도 있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주택 공급은 통합당이 집값 안정을 위해 줄곧 주장해 온 방안이어서 추진상의 어려움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 고밀도 개발은 도로 확충, 대중교통 개선 등 생활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으로 동반된다는 점에서 수도권 인구 유입을 가속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 고밀 재건축 사업에 대한 추진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을 두고 서울시에서 이견이 나온 데 대해 "정부는 앞으로 서울시와 협력해 재건축 조합과의 소통 등을 통해 공공 고밀 재건축 사업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 당정청은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부동산 태스크포스(단장 윤후덕 의원)를 중심으로 협의회를 열어 8·4 부동산대책과 관련 후속 조치를 논의하며 기관간 이견이 없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처럼 수도권 분산 정책은 첩첩이 쌓인 법적·제도적 걸림돌로 인해 장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팽창 정책은 실행 여건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여권의 국가균형발전 드라이브가 취지와 모순되는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이면 ‘미니 대선급’ 보궐선거에다 곧바로 대선국면으로 넘어가면서 각종 정책의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며 “연말까지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비롯해 균형발전 정책들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수도권 팽창만 가속화하는 최악의 ‘정책 실패’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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