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깜짝 발표’ 뜨거워진 백신 개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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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샘플을 한 연구원이 들어 보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러시아가 11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등록했다고 발표했지만, 환영보다는 우려가 더 많은 분위기다. 이와 함께 각국의 백신 개발 레이스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첫 등록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3상 시험 없어 품질·효능 의문
WHO “안전성·효능 검토 필요”
제약사 개발 백신 150개 넘어

이날 오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원격 내각회의에서 “오늘 아침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등록됐다. 그것은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지속적 면역을 형성한다”면서 “양산이 조만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등록된 백신은 지난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Sputnik V)’로 명명됐다. 러시아는 이달 말이나 9월 초 이 백신을 1순위인 의료진을 대상으로 접종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판할 예정이라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깜짝 발표’에 잇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ABC 방송 인터뷰에서 “백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최초(여부)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미국인과 전 세계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3상 임상시험으로부터 확보된 투명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도 “러시아 백신의 품질과 효능, 안전성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없다”며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백신과 의약품에 대한 사전 자격 심사 절차를 마련해 놓았고, 어떤 백신이든 사전 적격성 심사에는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모든 필수 자료의 엄격한 검토와 평가가 포함된다고 러시아에 알렸다”면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의 백신 등록으로 전세계 백신 개발 현황에 대한 관심은 한층 더 높아진 모양새다. 3상 임상시험을 건너뛴 러시아보다 앞선 단계에 있는 다른 나라들의 백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WHO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150개 이상으로 이 중 26개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태다. 선두권에는 미국, 중국, 영국의 주요 제약사들이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 중인 미 바이오기업 모더나,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손잡은 미 대형제약사 화이자는 지난달 27일 동시에 각각 3만 명 규모의 3상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신약 시판 전 최종 검증 단계로 여겨지는 3상 시험을 통과하면 보건당국의 승인을 거쳐 백신을 곧 시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르면 연말에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존슨앤드존슨, 노바백스, 이노비오 등 초기 임상시험을 진행한 다른 미 제약사도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조만간 3상 시험으로 넘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개발 속도는 중국 기업들도 뒤지지 않는다. 중국 시노백 생물유한공사와 함께 지난달 21일 코로나19 백신 3상 시험에 들어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부탄탕연구소 측은 지난 6일 하원에 출석해 “10월 중에 코로나19 백신을 보건당국에 정식으로 등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시노백은 브라질 외에 인도네시아에서도 최근 3상 시험을 시작했다.

또 영국 옥스퍼드대와 함께 백신 개발에 나선 아스트라제네카는 초기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조만간 3상 시험에 착수하기로 했다. 프랑스 사노피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양 사가 공동 개발하는 실험용 백신을 9월부터 임상시험할 예정이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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