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통합당에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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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전국이 대혼란에 빠졌다.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계기로 부산을 비롯하여 서울·인천·경기 등은 부랴부랴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 돌입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과 함께 ‘정치적 거리 두기’의 변화로 정국도 혼란스럽다. 보수세력이 주도한 광복절 집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서 지지율 상승에 반색하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전전긍긍하고 있고, 정책 헛발질과 정국 독주로 여론의 몰매를 맞던 정부 여당은 반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에
여야 ‘정치적 거리 두기’도 혼미
 
계층·세대·지역 아우른 통합당
4년 만에 민주당 지지율 넘어서
 
균형발전·자치분권, 여전히 외면
통합당 ‘미래’는 지역에서 찾아야
 

사실 광복절까지만 해도 통합당에 다시 빛이 찾아온 듯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4년 만에, 창당 이후 처음으로 보수당인 통합당의 지지율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앞섰기 때문이다. 8월 10~12일 전국 성인 1507명을 대상으로 한 리얼미터 여론조사(TBS 의뢰)에서 통합당은 36.5%의 지지를 얻어 33.4%에 그친 민주당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10~14일 전국 유권자 251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YTN 의뢰)에서도 통합당은 지지율 36.3%로 34.8%의 민주당을 누르고 상승세를 이어 갔다.

부동산 정책 등 정부 실정과 176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거침없는 독주로 103석의 ‘힘없는 야당’ 통합당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는 게 시중의 일반적 평가다. 이유 있는 지지율 반전인 셈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두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정부 여당의 잇따른 ‘똥볼’에 희색을 감추느라 표정 관리에 바빴다고만 할 수 없을 정도로 통합당이 그동안 보여 준 변화의 몸부림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지지율 상승은 보수당에 대한 ‘정치적 거리 두기’가 그만큼 약화한 결과로 보는 게 온당하다.

통합당이 ‘통합’이라는 이름값을 모처럼 제대로 하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지난 5월 27일 꾸려진 이후 통합당은 한마디로 통합의 한길을 걸어왔다고 볼 수 있다. 계층과 진영,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통합의 노력을 꾸준히 펼쳤다. 정강정책특위가 최근 선보인 새 정강·정책 초안을 보면 기본소득, 경제민주화, 5·18정신 계승, 국회의원 4연임 금지와 피선거권 만 18세 이하 하향 등 파격적인 내용이 많다. 통합 행보에 따라 ‘극우꼴통’의 목소리는 잦아들었고, 이와 비례하여 시민의 ‘정치적 거리 두기’는 옅어져 갔다.

영호남을 정치적 거점으로 하는 보수와 진보 양당이 한국정치를 좌지우지해 온 마당에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보수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추모탑 앞에 무릎을 꿇고 울먹이며 사죄한 것은 일대 사건이다. 김 위원장은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면서 당내 인사들의 ‘5·18 망언’에 대해서도 사죄했다. 호남 수해지역 봉사에 이은 통합당의 지역 통합을 위한 노력이 한 정점을 찍은 인상이다.

이쯤이면 통합당의 통합 행보에 국민적 관심이 높아 갈 수밖에 없다. 동서화합을 이룬다면 다음 차례는 당연히 남북화해다. 지역갈등과 더불어 한국정치를 극단적인 분열로 몰아넣은 게 다름 아닌 이념갈등이다. 통합당에 대한 ‘정치적 거리 두기’는 계층갈등과 함께 지역갈등, 이념갈등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기에 남북관계에서도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그제야 통합당이라 당당히 이름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당의 ‘미래’는 결국 정치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지금 여기’의 지역에서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 통합 노력에 관한 판단도 각각의 지역을 살아가는 유권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원 80%가 비수도권 출신인 통합당이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에 대해 여당인 민주당과는 달리 ‘나 몰라라’ 하는 태도를 보여 온 것은 미래를 위해 크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새 정강·정책에서도 중앙집권은 있을지언정 지방분권과 관련한 적극적인 의지는 찾기 어렵다.

‘지방정치의 식민지화’ ‘지역정치의 중앙예속화’를 타개하기 위한 시민정치 대화포럼이 20일 부산에서 열렸다.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와 부산지방변호사회가 함께 마련한 포럼의 주제는 ‘독자적 지역정당의 필요성과 추진전략’이었다. 중앙정치가 지방선거를 쥐락펴락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을 바꿔 지역정당(지방유권자단체)이 공천권을 갖고 선거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미래통합당의 ‘통합’ 노력이 ‘미래’라는 열매로 연결되려면 지방정치의 활성화를 소망하는 지역민의 염원부터 챙겨야 한다. 앞으로 남은 ‘정치 시간표’만 해도 그렇다. 2021년 4월 7일 부산시장·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해야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의 승리를 내다볼 수 있다.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의 풀뿌리민주주의에서 통합당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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