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야권 ‘대선 무효화·재선거 실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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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에서 장기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압승에 불복하는 저항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 독립광장의 정부청사 앞에 모인 야권 지지자들이 휴대전화 불빛을 비추며 벨라루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장기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압승에 불복하는 저항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권 이양을 위해 구성된 야권 조정위원회가 대선 무효화와 재선거 실시를 요구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야권 대선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의 주창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첫 회의 뒤 채택한 결의문에서 루카셴코 정권에 야권과 즉각 협상을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루카셴코 대통령 대선 압승’ 불복
야권 조정위원회 즉각 협상 촉구
퇴진 요구 시위 10일째 5명 사망

티하놉스카야 “대선 결과 조작”
루카셴코 “권력 찬탈 처벌될 것”
EU “부정선거 책임자 제재 부과”

위원회는 “정치적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은 즉각적 협상 시작과 (정권의)합법성 회복과 재선거 실시를 위한 메커니즘을 고안하는 것”이라면서 “지난 9일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새로운 선관위원들을 선출해 국제적 기준에 맞는 새로운 선거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 도전했던 여성 야권 후보 티하놉스카야는 앞서 이날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대선 결과가 조작된 것”이라면서 유럽국가들이 벨라루스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그의 호소는 벨라루스 사태 논의를 위해 이날 개최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발표됐다.

티하놉스카야는 “정직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은 대선에서 승리한 루카셴코는 우리 국민과 세계의 눈에서 모든 합법성을 상실했다”면서 “벨라루스의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조정위원회 창설을 주창했으며, 위원회는 대화를 통해 평화로운 정권교체 과정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계 대표 70명이 참여한 위원회는 이날 비공개회의를 열고 향후 활동 일정을 논의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야권의 조정위원회 구성을 정권 찬탈 시도라고 비난하면서 적절한 대응을 경고했다. 그는 야권의 조정위원회에 대해 “권력 찬탈을 목적으로 한 대안적이고 이중적인 기관 창설은 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며 “서방이 야권 저항 시위에 자금을 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카셴코는 국가안보회의 뒤 거리 무질서 주모자들을 색출해 그들의 행동을 차단하고 시위대에 대한 외국으로부터의 자금 제공 채널을 밝혀내라고 국가보안위원회(KGB)에 지시했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선 부정 선거 결과에 대한 항의와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야권 시위가 10일째 계속됐다. 현지 포털에 따르면 1만 명 이상이 정부 청사가 있는 독립광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난 13일부터는 여러 대형 기업에서도 근로자들이 부정 선거에 항의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시위와 관련해 숨진 사람은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한편, EU는 19일 벨라루스의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곧 부정 선거와 시위대 탄압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으며,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지도 않았다”면서 “EU는 폭력, 탄압, 부정 선거에 책임이 있는 상당한 인원의 개인에 대한 제재를 곧 부과할 것이며, 단호하게 그들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벨라루스 국민의 권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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